지금까지 납품업체들이 90∼180일 어음을 받아 현금이 당장 필요할 경우 어음할인 과정에서 선이자 형식으로 일정 금액을 손해봐야 했던 관행이 사라지게 되는 셈. 한국은행은 20일 어음결제에 따른 납품업체의 피해와 연쇄부도 등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납품업체가 구매기업의 거래은행으로부터 직접 물품대금을 받고 은행은 구매기업과 자금을 결제하는 기업구매자금 대출제도를 5월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납품업체 어음 안받아도 된다〓납품업체인 A사가 대기업인 B사에 부품 10억원 어치를 납품할 경우 A사는 납품 후 30일 이내에 B사의 거래은행에 구매업체를 지급인으로 하는 환어음을 직접 제시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대금 추심의뢰서를 보내게 된다.
은행은 구매기업인 B사에 대금을 청구하게 되며 만약 B사가 결제능력이 없으면 은행이 설정한 대출한도 내에서 B사에 일단 융자를 해준 뒤 A사에 판매대금 10억원을 대신 지불한다. 은행은 37일 이내에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납품업체는 납품 완료 후 아무리 늦어도 37일 이내에 대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게 돼 금융부담이 경감되고 현금흐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신 금리부담은 융자를 받은 구매기업이 지게 되는 셈. 또 환어음이 시중에 유통될 수 없어 어음부도에 따른 연쇄부도의 가능성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구매기업에 인센티브〓이 제도의 맹점은 그동안 편하게 어음거래를 해온 구매기업들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매자금 대출을 이용하려고 하겠느냐는 점.
정부는 이에 따라 기업구매자금을 융자받은 구매기업에 대해 100억원 한도 내에서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해주고 해당 결제금액에 대해서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공제해 주기로 했다. 또 기업구매자금 대출을 많이 이용하는 기업을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정부 물품 구매입찰시 우대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및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은행에 대해서는 구매자금대출 취급실적의 50%를 총액한도 자금으로 지원하고 어음사용을 줄이기 위해 금융기관의 상업어음할인에 대한 한은의 총액한도자금 지원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한편 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이 제도가 기업간 인터넷 물품거래의 결제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고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 시행을 유도할 방침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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