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반토막 코스닥株]인터넷株 '1등' 아니면 포기 검토를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00분


회사원 김모씨는 2월중순 코스닥내 한 인터넷종목을 27만원대에서 3000만원어치 사들였다. 며칠 뒤 같은 종목을 21만원에 2000만원가량 물타기했다. 그후 주가가 곤두박칠치면서 21일 현재 보유주식의 값어치는 1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반토막은 그나마 다행〓김씨처럼 코스닥 인터넷관련주에 손을 댔다가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많다.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하용현차장에 따르면 상담고객중 원금의 70∼80%를 까먹은 경우가 부지기수. 코스닥지수가 전고점을 이뤘던 3월10일부터 4월20일까지 40여일만에 40.5%나 빠진 것과 관련이 깊다.

코스닥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은 3월10일 124조6257억원에서 4월20일 105억 4900억원으로 20조원가량 줄었다.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반토막난 셈. 코스닥증권시장 도양근대리는 “개인 보유비중을 이 기간중 매매비중 93.5%보다 낮은 90%로 잡아도 개인은 18조원가량을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손절매 안 늦었다〓증권가에서는 보통 주가가 세 번 하한가를 맞아 30∼40%가량 빠질 때 손절매 타이밍을 놓쳤다고 본다. 이 때는 해당종목이 부도난 상황이 아니라면 일단은 보유하라는 식. 그러나 김씨의 경우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코스닥 인터넷주는 종목에 따라서는 손절매 시기가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의 앞날이 불투명하고 인터넷기업들이 생존의 시험대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승식부장은 “포털이나 전자상거래 분야는 1등 아니면 사지도 보유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여기서 ‘1등’이란 등록업체중 수위가 아니라 등록업체들 이외에 등록 또는 상장 가능성 있는 모든 업체들중 수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손절매 판단 및 결행요령〓“반토막 이상 났다면 △왜 그 종목을 샀었는지 △앞으로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그 근거는 뭔지를 차분히 정리해보자.”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이렇게 해야 원본에 대한 집착이나 막연한 낙관 등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급적 해당종목이 실제로 매출이나 이익을 내는지와 액면분할, 유무상증자 등 물량부담요인은 없는지도 따져보라고 권했다.

박팀장은 손절매의 용단을 내렸으나 막상 손이 떨리면 분할매도를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즉, 주가가 반등할 때 장중에 여러번 또는 며칠간 조금씩 처분하라는 것.

손절매한 뒤 주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려 재매입, 보유물량을 늘리는 ‘물타기’는 절대 금물.

▽어디로 옮겨갈까〓큰 장 다음에 오는 조정국면에서는 쉬는 것이 최선. 굳이 투자를 계속하고 싶다면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철, SK텔레콤 등 거래소 우량주로 옮기는 게 무난하다는 평이다.

코스닥내 낙폭이 큰 통신장비, 반도체장비, 네트워크장비 관련주도 단골 추천종목. 김승식부장은 “인터넷산업의 증시 및 산업내 주도권은 갈수록 확고해질 것”이라면서 “인터넷산업 발전단계에 따라 어떤 업종 및 기업이 돈이 될지를 주시하라”고 권고했다. 중단기적으로는 기업간전자상거래(B2B) 관련주가 괜찮다는 의견.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투자전략팀장은 “5,6월 신규등록종목중에 괜찮은 기업이 꽤 있다”며 “이들 종목이 이목을 끌면 기존 시장대표주중 일부에게도 기력회복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주초가 호기(?)〓현대증권 오성진과장은 “지난주말 코스닥시장의 기술적반등세가 이어질 이번주 초반이 손절매 타이밍으로 괜찮다”고 말했다. 이번주와 다음주에 신규등록 및 추가상장 물량이 줄어들어 이번주초 수급여건 개선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다는 것.

거래소는 800근처에서 탄력이 떨어질 공산이 크므로 거래소종목으로 갈아탈 경우 시기선택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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