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박찬호, 좌타자 징크스 털고 통산 50승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00분


‘두 번 실패는 없다.’

17일 신시내티에게 시즌 첫 패를 당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27·LA다저스)가 1주일 만에 멋진 설욕전을 펼치며 개인통산 ‘50승 고지’에 올랐다.

23일 신시내티 시너지필드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

박찬호는 1-0으로 앞선 1회 신시내티의 ‘천적’ 마이클 터커에게 바깥쪽 직구를 던지다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1점홈런을 맞아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터커는 17일 경기에서도 홈런을 뽑아냈던 타자.

하지만 터커의 이 홈런이 이날 신시내티가 박찬호를 상대로 쳐낸 유일한 안타였다.

박찬호는 흔들리지 않고 3번 켄 그리피 주니어와 션 케이시를 각각 삼진과 뜬 공으로 잘 처리한 뒤 2회부터 신시내티 타선을 압도했다.

신시내티의 잭 매큰 감독은 2번 터커부터 6번 터벤시까지 5명의 좌타자를 잇따라 포진시켰지만 박찬호는 주무기인 강속구 대신 고비마다 각도 큰 체인지업과 커브로 상대타자들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빼앗아냈다.

메이저리그 최고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도 세 차례 타석 모두 완급을 조절하며 범타로 잡아냈고 2회 1사 1, 2루의 위기에서 8번 도킨스와 9번 하니쉬를 삼진으로 잡아낸 공도 모두 가운데에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 박찬호가 마운드에서 호투하고 있는 사이 한번 불붙으면 무서운 다저스 타선이 계속 폭발했다. 1-1인 2회초 공격에서 다저스는 케빈 앨스터의 좌월 3점포로 일찌감치 승세를 잡았다. 앨스터는 올시즌 5홈런 가운데 박찬호가 등판한 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터뜨린 ‘찬호 도우미’.

다저스는 5회 5번 캐로스가 우월 3점포를 쏘아올린 뒤 박찬호가 올시즌 4게임 만에 첫 안타를 큼지막한 2타점짜리 우월 2루타로 장식하는 등 타자일순하며 5점을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의 16-2 승리.

박찬호는 4회 2사 후 터벤시를 상대로 투구를 하다 가운뎃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는 바람에 5회까지 승리요건을 채운 뒤 앨런 밀스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5이닝 동안 탈삼진 5개에 1안타 1실점의 완벽한 피칭. 지난해까지 47승을 기록한 그는 이날 승리로 올시즌 3승(1패)을 보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62승)에 이어 동양인투수론 두 번째로 개인통산 50승(34패)을 달성했다.

다음 등판은 28일 새벽 2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지만 손가락 물집 때문에 등판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다저스의 데이비 존슨 감독은 “물집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아 한차례 선발등판을 걸러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