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일국가대표 교환경기를 앞두고 한국팀이 20일부터 본격 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일본 공격의 핵인 나카타를 누가 맡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일전을 앞두고 전략노출을 꺼려 자세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허정무감독도 “나카타는 수비가담력 파괴력 패싱력, 경기흐름을 읽는 능력 등 4박자를 갖춘 큰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허감독은 나카타의 전담 마크맨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다만 “일본은 나카타뿐만 아니라 미드필드진이 특히 강하다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특단의 대책을 수립중임을 암시했다.
한국은 97년 이후 나카타가 출전한 역대 6차례의 한일전 중 첫 경기인 97년 5월 한일친선경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나카타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였다. 차범근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97년 9월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도쿄)에서는 이민성이 첫 마크맨으로 나서 그림자수비를 펼친 뒤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한국의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한달 뒤 열린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홈경기에선 김기동(부천 SK)이 전담맨으로 투입됐지만 나카타의 뛰어난 체력과 개인기를 묶는 데 실패해 결국 0-2로 패했다. 98년 3월 도쿄에서 열린 다이너스티컵에서 한국은 다시 이민성을 투입했지만 부쩍 성장한 나카타를 잡기엔 역부족으로 1-2로 또 다시 패했다.
이후 한일전에서 나카타의 천적으로 등장한 선수가 최성용이다. 현재 일본 프로축구(J리그) 빗셀 고베에서 뛰고 있는 최성용은 98년 4월 잠실에서 열린 월드컵공동개최기념 친선경기에서 빠른 발을 활용해 나카타를 꽁꽁 묶는데 성공해 한국의 2-1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상무를 제대한 뒤 올 2월 빗셀 고베에 입단한 최성용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빠른 발, 파이팅이 장점. 98프랑스월드컵 대표로 활약하며 큰 경기 경험이 많은데다 일본선수들의 경기스타일을 궤뚫고 있어 이번 한일전에서도 최적의 마크맨으로 꼽히고 있다. 허감독도 대표선발 직후 최성용에게 전화를 걸어 “나카타를 맡을 수 있도록 몸상태를 갖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최성용 카드가 먹히지 않을 경우 노련한 노정윤이나 하석주는 물론 올림픽대표 출신의 박진섭 이영표 박지성 등도 허감독이 믿고 빼들 수 있는 카드의 하나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