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오 마이 러브’ 사이트의 경우 피크타임인 오후 6∼9시에는 300여개의 대화방 중 30개 이상이 ‘욕방 전용’으로만 채워진다.
내용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주류. 남녀 성기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나 패러디를 담은 욕설은 물론 성희롱의 수위를 넘는 각종 언어폭력이 단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장난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더구나 화상채팅인 탓에 이 모든 과정은 카메라와 마이크에 담겨 동화상과 스피커를 통해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대학생 김석호씨(23·연세대 인문학부 2)는 “PC방에서 욕방에 참여하는 이들의 상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데 며칠 전에는 남녀 학생이 서로 욕을 하다가 흥분한 남학생이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욕이나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면 회원 자격이 상실된다는 업체측의 안내문은 그야말로 안내에 그칠 뿐. ‘오 마이 러브’의 이정민팀장(31)은 “욕방은 현실 속의 긴장을 사이버 공간 속에서 풀자는 취지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라며 “장난이나 애교 범위를 넘어서는 돌출언행들은 규제해야 마땅하겠으나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온라인 욕설에 대해 서울대의대 정신과 조수철(曺洙哲)교수는 “온라인상의 익명성에 의지해 ‘무책임한 자아’가 발동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초면의 상대에게 가하는 이같은 가학적 엽기적 언어폭력은 자칫 현실세계로 확장돼 무분별하고 무의미한 폭력행위를 낳는 등 가치관을 파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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