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정상화는 시급하며 현실적으로 공적자금 추가투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투신사들이 부실에 짓눌려 기관투자가 기능을 상실한 것이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이 돼버린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일부 은행 종금사 보험사 등 금융권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기존의 공적자금 회수분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그러나 공적자금 추가투입 및 추가조성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 정책당국자들의 말바꾸기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을 비롯한 재경부와 금감위 관계자들은 4·13 총선 전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제기한 공적자금 추가조성 불가피론에 대해 ‘선거 분위기에 편승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던 이장관 등이 선거가 끝나자 말을 바꾸어 공적자금 추가조성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들이 이달초까지만 해도 진짜로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필요없다고 봤다면 실상을 모르는 무능을 드러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금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밖에 안된다. 총선에서 여당 편을 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면 이는 국민과 시장을 기만하고 정책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린 행위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선거와 상관없이 진척시켰어야 할 금융권 부실처리를 미룸으로써 구조조정 비용을 키운 책임도 크다. 국회와 여야정치권 및 정부는 이들 금융정책당국자의 잘못을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
둘째, 기존 공적자금 64조원의 투입효과와 오남용(誤濫用) 여부 및 회수부진 요인 등을 철저히 검증해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 이는 둘러대기에 능한 정책당국자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공적자금 운용을 승인한 국회와 정당들이 민간전문가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투명하게 밝혀내야 할 일이다. 그런 노력도 없이 국민에게 공적자금 조성에 따른 부담을 더 지울 수는 없다.
공적자금을 집어넣어 국영화한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구조조정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정책당국자와 해당기관 경영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 공적자금 추가투입이 검토되는 금융기관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공적자금에 의존하는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들의 자구노력과 엄격한 자금운용을 통해 공적자금 추가 조성 및 투입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공적자금이 늘어날수록 재정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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