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선영아 사랑해' 기획 이봉재팀장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선영아 사랑해’식 광고가 홍콩에도 수출된다.

외국에서도 전례가 없는 도시게릴라식 티저(teaser,호기심 유발)광고로 광고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대홍기획의 이봉재(李奉宰·38)크리에이티브팀장은 “광고주인 마이클럽닷컴의 홍콩본사에서도 오길비 앤드 매더(O&M)이라는 세계적 광고대행사를 통해 ‘선영’과 같은 순수한 느낌을 주는 현지인의 이름을 찾아 같은 방식으로 광고하기로 했다”고 25일 말했다. 이팀장을 만나 ‘선영아 사랑해’ 광고 제작에 얽힌 뒷얘기를 들어봤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작년 인사동 사옥에 근무할 때였다. 어느날 출근길에 공평동 뒷골목에 A3용지크기의 흰 종이에 누군가 ‘○○ 사랑해’라고 써서 붙여놓은 것을 봤다. 누가 붙인 것인지 알순 없지만 절절한 구애의 감정이 불길처럼 확 전해왔다. 직장동료들도 같은 감동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언젠가 광고에 써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메모를 해뒀다.”

-광고주가 쉽게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나.

“광고는 역시 광고주가 만드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경쟁입찰에서 우리 팀이 주력을 기울여 광고주 회사에 제안했던 안은 아니었다. 주안(主案)이 관심을 끌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대안(代案)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내용도 신문의 전면광고를 사 빈 백지에 달랑 ‘선영아 사랑해’만을 써넣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후 며칠이 지나 다시 전면광고를 내 인터넷 도메인을 밑에 써주자는 것이었다. 제일기획에 오래 근무한 적이 있는 이 회사의 이진민(李眞旼)부사장이 대안을 눈여겨 봤고 이 안을 과감히 뜯어고쳐 지금과 같은 광고를 만든 것이다.”

-일반적인 티저광고와 어떻게 다른가.

“지하철 버스 벽보 플래카드 등의 매체를 활용해 광고처럼 보이지 않고 마치 개인적인 사랑의 고백처럼 보이게 한 것이 특징이다. 대도시의 익명성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퍼모먼스였다. 같은 티저광고라도 신문이나 TV 등 기존 광고매체를 활용했으면 궁금증이 훨씬 덜 했을 것이다. ‘선영아 사랑해’의 글씨체도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의 소심성,고민끝에 결단을 내려 연습해서 또박또박 써내려간 느낌을 주려고 했다.”

-왜 하필 선영이란 이름을 택했는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이름은 아니다. 여러가지 여자이름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결국 선영이란 이름이 주는 착하면서도 순수한 이미지가 좋다고 생각해 이를 택한 것이다. 뜻하지 않게 총선에 출마한 어느 후보자의 이름과 같아 광고를 실행하는 도중에 애를 먹었다.”

-서울과 같은 큰 도시에서 어떤 장소를 택해 광고를 하느냐도 중요했을텐데….

“주로 여자대학교 근처와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신촌 대학로 압구정동 강남역 일대 등을 광고장소로 택했다. 벽보 등을 붙이는 데는 아르바이트생 500명을 동원했다”

-불법부착물과 같은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없었나.

“일부러 광고물이 잘 붙지 않는 곳을 택해 광고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히 ‘선영아 사랑해’가 불러일으킨 따뜻한 사랑의 감정이 법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충동을 상쇄시켜 줬다는 것이다. 염려했던 만큼 제재는 없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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