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지분법 상장사 적자 메워주는 효자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상장회사가 이익을 내는 방법은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12월결산 상장사의 99사업연도 당기순이익에는 ‘지분법 평가이익’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경우 지분법 평가이익이 발생했지만 평가손실을 본 기업도 있다. 지분법 이익을 빼면 사실상 적자를 낸 곳도 있어 투자판단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지분법이란〓98년 기업회계기준에 근거가 마련돼 99사업연도 결산부터 적용됐다. 계열사 투자지분이 20% 이상이거나 경영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 투자한 회사의 손익을 지분만큼 반영한다.

예컨대 B사의 지분 20%를 보유한 A사는 B가 100억원의 순이익을 낼 경우 약 20억원의 지분법 평가이익을 사업보고서상 영업외수익으로 잡는다.

▽지분법 수혜주〓포장용 필름과 건전지를 생산하는 서통은 지난해 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중 지분법 평가이익은 131억여원. 이자비용 등 영업외손실이 417억원 나는 바람에 적자를 낼 처지였지만 한림창업투자에 출자를 잘 한 덕에 흑자대열에 끼었다.

계양전기와 한국팩키지 등에 출자한 한국제지, 평화오일씰 평화부품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평화산업 역시 당기순이익보다 지분법 평가이익이 크다.

이밖에 동국제강 대성산업 한화 동부제강 하이트맥주 경동보일러 금호산업 등도 당기순이익 대비 지분법 평가이익이 많은 기업들.

▽지분법이 싫다〓반면 지분법 적용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된 곳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LG전자. LG전자는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분법 평가손실이 1464억원에 달해 흑자폭을 까먹었다.

LG정보통신 한솔제지 쌍용양회 한진해운 등도 지분법 평가손실로 적지 않은 이익감소를 감내해야 했다. 특히 한솔제지는 515억원의 지분법 손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대규모 이익을 낼 수 있었지만 75억원 흑자에 그쳤다.

서울증권 여인택 선임연구원은 “막연히 지분법 평가이익 규모만 볼 게 아니라 사업보고서의 ‘주석’에 나와있는 출자회사 출자비율 등을 따져 앞으로도 ‘효자’노릇을 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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