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하던 그는 픽사라는 작은 컴퓨터애니메이션 회사를 사들여 재기에 나섰다. 그는 국내에도 수입됐던 만화영화 ‘토이스토리’와 ‘토이스토리 2’를 제작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반면에 그가 떠난 애플컴퓨터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97년 애플컴퓨터는 그에게 다시 회장으로 와달라고 간청하고 그는 결국 수락한다. 자신을 쫓아낸 회사에 금의환향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반전은 그 자체가 벤처정신의 상징이다.
▷결정적으로 그를 일으켜 세운 픽사라는 회사는 대표적인 ‘문화벤처’다. 100% 컴퓨터로 제작한 3D(3차원) 영상의 만화영화를 개발해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만나 큰 수익을 올리고 문화의 영역도 확장시킨 성공사례로 볼 수 있지만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벤처기업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인지 모른다. 이처럼 문화벤처가 활발한 미국에 비해 국내 벤처기업들 중에서 문화 분야는 찾아보기 힘들다.
▷21세기에 문화의 역할이 중요하다면 우리도 늦기 전에 문화벤처에 눈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최근 문화계에서 벤처기업을 창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영화 ‘쉬리’의 강제규 감독이 올해초 벤처캐피털회사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고 출판계에서는 종이를 쓰지 않는 ‘e북(전자책)’시장을 놓고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동극장 관장으로 있다가 이번 학기부터 숙명여대교수로 변신한 문화기획자 홍사종씨도 27일 ‘아트노우’라는 벤처 문화사업체를 창립한다는 소식이다. 이들의 도전이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 문화도 그만큼 성장할 것이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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