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캄보디아 앙코르유적/웅장 신비한 돌의 도시

  • 입력 2000년 4월 26일 19시 36분


《400여년간 정글의 밀림에 갇혔다가 19세기후반에야 그 모습을 드러낸 캄보디아의 앙코르유적. 서울의 3분의 2만한 거대한 지역에 순전히 돌로 성과 사원을 축조한 인간의 위대함, 그리고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돌탑과 성벽을 뿌리로 휘감아 무너뜨린 자연의 가공할 만한 위력. 이 극단의 대비로 시엠리아프의 앙코르유적은 더더욱 빛을 발한다.》

건기(몬순기후)의 막바지인 4월. 캄보디아 중부의 시엠리아프는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에 휩싸인다.

시내를 벗어나 밀림 안 숲그늘진 비포장길을 따라 뻘건 흙먼지 일으키며 달리던 자동차가 선 곳은 앙코르톰의 남문 앞. 앙코르 내 여러 유적 중 가장 규모가 큰 정사각형 성벽(한면의 길이가 3㎞)의 도성(都城)이다. 관광객을 태우는 코끼리 세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성벽 외곽의 해자(垓字)도 너무 길고 넓어서 마치 강처럼 보인다.

해자를 가로질러 남문을 통과하려면 돌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돌난간 자체가 하나의 조각품이다. 머리 일곱 개 달린 코브라 형상의 ‘나가’(물의 신·힌두교), 그 나가를 각각 54개의 신상과 악마상이 양쪽에 각각 한 줄로 앉아서 붙든 형상이다. ‘108’이라는 숫자가 범상치 않다.

자야바르만 7세(1181∼1218년) 때 지은 앙코르톰은 고대 크메르왕조의 마지막 도성. 100만명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거대하다. 성안은 정적에 휩싸여 있다. 앙코르내 여러 유적 가운데 앙코르와트와 함께 최고로 손꼽히는 것은 ‘바이욘’(불교사원). 앙코르톰의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수성암을 직사각형으로 잘라 레고블록 조립하듯 쌓아 지은 이 사원은 그 자체가 탑이라 할 만하다. 꼭대기층에 올라서니 머리에 연꽃을 이고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은은한 미소를 짓는 돌부처 얼굴상이 37개의 탑(당초는 54개) 위에 모셔져 있다. 그 입가의 미소를 잘 살펴보자. 조사되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변하는데 그 모습이 앙코르의 신비함을 더해준다. ‘앙코르의 미소’라 불리는 이 얼굴의 주인공은 누굴까. 자야바르만7세왕이니, 관세음보살상이니 추측만 무성할 뿐 밝혀진 바 없다. 사원1,2층 벽면의 부조는 고대 시암족(태국)과 크메르족간의 전투장면이다. 화려하고 세밀한 조각술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바이욘의 북문 근처에서는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숲그늘에 앉아 얼음에 채워 둔 코코넛과즙으로 흘린 땀만큼 수분을 보충한다. 앙코르톰 내 프레아칸(불교사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신성한 보검’을 보관했다는 곳.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뻗은 진입로는 사원내부 회랑과 직선으로 이어져 사원 중앙에서 만나는데 그 길이가 각각 500m나 된다. 십자로의 교차점인 사원 정중앙의 돔은 천장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다. 바닥에는 한 고승의 부도탑이 있다. 사방의 벽에는 루비 등 보석이 박혀있던 자리라고 전해지는 구멍이 수백개나 패여 있다.

프레아칸 가는 길에 지나는 ‘코끼리 테라스’에는 코끼리가 등장하는 부조가, ‘레퍼왕 테라스’에는 미로형의 벽에 춤추는 압사라(힌두교의 ‘천상의 요정’)와 가루다(사람형상의 독수리로 힌두교에서는 ‘새의 왕’, 불교에서는 ‘금시조’라 불림)를 새긴 정교한 부조가 수천개의 타일을 붙여 놓은 것처럼 벽을 장식하고 있다.

앙코르의 유적이 서방에 알려진 것은 1861년. 당시 탑과 사원은 400여년간 방치돼 나무뿌리에 휘감기거나 뚫린 채 훼손된 상태였다. 관광객이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정비돼 공개된 것도 불과 7년 전. 그런 앙코르유적 중에서도 타프롬(불교사원)만큼은 발견 당시 모습 그대로다. 자연의 파괴력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반면 967년에 축조된 ‘반티 스라이’(여인의 사원·앙코르톰에서 북쪽으로 28㎞ 거리)는 타프롬과 정반대다. 완전 해체 후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복원한 것. 붉은 사암을 네모난 조각으로 잘라 쌓아올린 뒤 양각한 부조로 장식했는데 그 화려함과 정밀함, 우아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앙코르 답사의 마지막 순서는 거대한 힌두교사원 앙코르와트(축조 1113∼1150년). 캄보디아 국기에 등장할 만큼 상징적인 건물이다. 앙코르와트의 정문은 서쪽. 해자(둘레 2㎞×4)를 가로지르는 정문 앞 돌다리(길이 200m)에 서서 앙코르와트를 정면으로 바라보라. 뾰족한 탑 5개가 우뚝 솟은 이 거대한 석조사원에 여행자는 압도당한다.

앙코르와트는 전체적으로는 나지막한 3층건물. 그러나 탑꼭대기의 높이는 지상 60층건물(표고 213m)에 해당한다. 워낙 폭이 넓어 높아 보이지 않는다. 1층의 네 벽(가로 215, 세로 187m)은 온통 부조로 장식됐는데 이 부조는 앙코르 유적 중 가장 크고 보존상태가 좋다. 내용은 힌두교 경전에 나오는 신화. 사원의 3층은 네 귀와 중앙에 세운 거대한 석탑 5개의 기단부. 각도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75도) 계단을 ‘등반’하듯 밟고 올라야 한다. 3층에 올라 탑 아래 계단에 자리를 잡고 정문(서편)을 향해 앉아 보자. 거대한 앙코르와트 정면으로 펼쳐진 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질 녘 이곳은 석양에 붉게 물드는 앙코르와트와 시엠리아프평원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시엠리아프(캄보디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여행상품▼

트랜스아시아투어(02-730-3008)의 ‘인도차이나 문명탐방’(4박5일·기내1박 포함)은 베트남과 앙코르유적을 두루 여행하는 상품. 89만원. 5월 9, 19, 22, 29일과 6월 2일 등 5회(매회 선착순 20명) 출발한다.

프놈펜(캄보디아 수도)을 경유하는 코스와 달리 최근 취항한 호치민시↔시엠리아프 직항편을 이용, 앙코르유적지를 한결 편리하게 오간다.

시엠리아프에서는 1박하며 앙코르유적과 톤레사프(호수)의 수상촌을, 호치민시에서는 2박하며 사이공강 선상만찬, 메콩강 삼각주 여행을 즐긴다.

▼정보구하기▼

△‘찰스의 홈페이지’(my.netian.com/∼a925)〓아시아지역 배낭여행 정보 제공. 환전 숙박 앙코르유적 여행요령 등이 상세히 안내돼 있다.

▼입국비자▼

△입국비자〓베트남 입국비자는 출국전, 캄보디아입국비자는 프놈펜공항(발급료 미화 20달러·증명사진 1장 준비)에서 발급받는다. △기후〓아열대, 몬순으로 건기(11∼4월)와 우기(5∼12월)로 나뉜다. 3,4월이 가장 덥다. △통화〓미화1달러당 베트남화는 1만5000동, 캄보디아화는 3700리엘. 어디에서고 달러가 통용되니 굳이 환전할 필요가 없다. 1달러짜리 소액권을 많이 준비해서 사용하는 게 요령.

▼시엠리아프 정보▼

△한국음식점〓배낭여행자용 숙소인 ‘글로벌홈스테이’(주인 권형근)에 있다. 현지전화 855-63-380-189 △태국음식점〓‘차오프라야’의 점심뷔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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