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아토피 피부염/"아이몸에 이상한 돌기 생겼어요"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주부 김모씨(32·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두살배기 첫애만 보면 속이 탄다. 생후 2개월부터 오돌오돌한 돌기가 볼에 생기더니 몸 전체로 번져 지금은 온몸이 피딱지 투성이다. 용하다는 병원 약국 한의원을 찾아다녔는데도 효과가 없으니….

유아의 10∼15%에게 생기는 아토피 피부염. 요즘처럼 꽃가루가 날리고 건조한데다 기온이나 습도가 잘 변하면 더 심해져 엄마들 속을 태운다.

아토피의 어원은 ‘이상한’.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은 이상한 피부염이다. 뚜렷한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환자의 90% 정도는 두 돌 이전에 온몸이 가렵고 긁다보면 진물이 나면서 피딱지가 앉는 증세가 나타난다.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으면 자녀도 같은 증세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부모가 ‘생활수칙’만 철저히 지켜도 진행을 막을 수 있는데도, 탱자 신선초 바닷물 등 민간요법에 매달리다 증세를 악화시키곤 한다.

아토피 피부병의 원인은 꽃가루 곰팡이 집먼지 진드기 등 ‘환경요인’과 우유 달걀 등 ‘식품요인’으로 나뉜다.

특히 집먼지 진드기는 ‘주적(主敵)’. 카펫은 치우고 늘 커튼 소파 등의 청소에 신경써야 한다. 방바닥은 물걸레로 ‘박박’ 닦도록. 잠자리는 침대보다 온돌이 좋다. 몸에 땀이 많이 나면 약간의 집먼지 진드기에도 반응을 보이므로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면 씻기는 것이 좋다.

자동차 내부는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 아무리 집안이 깨끗해도 차를 타고 외출했다가 승용차 시트의 진드기에게 ‘기습공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 실내나 차의 에어컨도 수시로 청소한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만 먹이지 않으면 된다고 아는 엄마들이 많지만 최근 연구결과 우유 달걀 콩 쇠고기 대구 등도 유발음식로 밝혀졌다. 먹은 음식과 반응을 기록하는 ‘음식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우선 알레르기를 일으킬 것으로 추정되는 의심식품을 피한다. 음식을 먹인 뒤 즉각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며칠 뒤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1주 정도 관찰한다.

반응이 나타나면 아이의 식단에서 빼고 비슷한 ‘대체음식’을 먹인다. 우유 대신 두유 식으로. 엄마가 아이의 식습관을 계속 관찰할 수 없을 때는 알레르기 전문클리닉에서 음식검사를 받는다.

한방에서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열을 많이 내는 맵고 짜고 단 음식이 좋지 않다고 본다. 인스턴트음식도 피해야 할 대상.

아이의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신경쓴다. 목욕은 하루 한번 20분 정도 따뜻한 물로 한다. 두 번 이상은 피부가 자극받아 좋지 않다.

비누는 쓰지 말고 땀을 없애는 정도에서 그친다. 때수건은 금물. 목욕 뒤엔 부드러운 면수건으로 톡톡 닦아내고 베이비오일이나 크림을 발라 수분 증발을 막는다.

평소에 아이의 손톱을 잘 깎아주어야 괜히 긁다가 진물나지 않는다. 또 잘 때는 가습기를 틀어놓는다.

아토피 피부염은 아이가 분유 알레르기를 보일 때 적절히 조치하면 예방할 수도 있다. 즉 분유를 먹고 피부가 붉어지면 알레르기 예방분유를 먹이다가 그래도 낫지 않으면 두유를 먹이는 것.

이유식은 생후 6개월 이전엔 먹이지 않다가 6개월이 지난 뒤 먹이기 시작한다. 이 때도 ‘혼합식’보다는 1주일 간격으로 곡류→야채→과일→어류→육류 순서로 옮겨가야 음식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살필수 있다.(도움말〓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이기영교수 02-361-5510, 서울 아토피클리닉 노건웅박사 02-544-6157)

<이호갑기자>gdt@donga.com

▼'알레르기 마치' 들어보셨나요?

천식환자는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지닌 경우가 많다. 이처럼 알레르기 질환이 잘 생기는 체질을 ‘아토피’라고 부른다. 꽃가루 등 외부의 원인물질(항원)에 대해 몸의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아토피 체질인 아기는 대개 난지 몇개월 안돼 아토피 피부염이 생기고 자주 감기에 걸리며 설사도 잦다. 그러다 두 살 정도가 되면 쌕쌕거리는 숨소리(천명)와 기침,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다. 천식에 걸린 것이다. 초등학생이 되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동반된다.

이처럼 여러 알레르기 질환이 시간차로 공격하는 것을 ‘알레르기 마치(March·행진이란 뜻)’라고 부른다.

▽알레르기 천식〓여러 자극에 기관지가 과민한 염증 반응을 보여 기관지 근육이 수축하는 질환.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천식 발작이 반복되면 기관지가 재구성돼 만성 폐기능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개 고양이 등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집먼지 진드기를 없애야 한다. 소아 천식의 90% 이상, 성인 천식의 70∼80%, 알레르기 비염환자의 50%가 집먼지 진드기에 의한 것이기 때문.

▽알레르기 비염〓영유아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4세 이후 발생하기 시작해 사춘기 연령에는 발생율이 10∼15%에 이른다. 지난 10년동안 꾸준한 증가세.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이 주요 증상. 손바닥으로 코를 밀어올리는 행동을 반복하고 콧잔등에 주름이 발견되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 항원과의 접촉을 피하고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습기를 틀어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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