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마임극 'I am 프랑켄슈타인' 남긍호씨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비쩍 마른 몸매에 짧은 머리, 염소수염. 그러나 웃통을 벗으면 온몸의 근육이 연기하는 남자. 프랑스에서 활동하다가 1997년 귀국한 마임이스트 남긍호(36).

그는 귀국 3년여만에 한국 마임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마임하면 ‘광대짓’이나 어려운 ‘무언극’으로 이해되는 현실에서, 탄탄한 신체훈련을 기반으로 예술성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남긍호의 마임은 젊은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연극과 무용계에서는 물론, ‘삼성 로뎅조각전’ ‘광주비엔날레’ 등 미술전시장에서도 초청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이번엔 서울 동숭동 대학로 무대에서 ‘마임극’ 장기공연에 도전한다. 4월28∼5월28일 공연되는 ‘I am 프랑켄슈타인’(바탕골소극장). 대사도 없는 마임극을 한 달간이나 공연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프랑켄슈타인은 1816년 최초의 공상과학소설로 발표됐고 여러 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2세기가 지난 지금의 현실에서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입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한 과학자가 피조물로부터 복수를 받게 된다는 스토리는 ‘생명복제’가 코앞에 닥친 이 시대에 현실로 다가온 문제입니다.”

남긍호는 각각 성악 무용 연극 마임 등을 전공한 4명의 배우들과 함께 프랑켄슈타인을 몸짓의 극으로 창조한다. 죽었던 어머니를 살려내고, 연인을 창조하고, 우주까지 연출해내는 과학자와 거기에 배신감을 느끼는 괴물의 복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환상을 표현하는 ‘극중 극’도 삽입된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재생인간들의 춤’은 그로테스크한 웃음과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파국으로 끝나는 원작과는 다르게,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이 결혼을 하게 되는 장면으로 작품을 마치게 됩니다. 과학자나 예술가나 자신의 창작품에 대해서는 밉든 곱든 끝까지 책임져야한다는 이야기이지요.” 화수목 7시반, 금토일 4시반 7시반. 8000∼1만5000원. 02-764-876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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