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경제난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토요 격주근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다.”
공무원의 토요 격주근무제 도입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기획예산처는 2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공직사회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올 하반기 토요 격주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제도의 운영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는 “공무원의 토요 격주근무제는 경제계와 국민의 생활 패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이므로 찬반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순서”라며 하반기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업인과 일반 시민들도 공무원의 토요 격주근무제에 대해 찬성론과 신중론으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공직사회의 토요 격주근무가 정착될 경우 민간기업과 교육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공무원들은 복무규정에 따라 토요일에 오전 9시부터 오후1시까지 점심시간 없이 4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도입을 추진중인 토요 격주근무제는 토요일에는 격주로 관청 문을 닫고 공무원 전원이 출근을 하지 않는 제도다. 대신 일하는 토요일에는 공무원 전원이 오후 5시까지 8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주당 44시간의 근무시간은 현행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행자부는 96년 3월 전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토요전일근무제를 도입해 시행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98년 7월부터 이 제도 시행을 중단한 상태다.
기획예산처 박진(朴進)행정2팀장은 “토요일 4시간 근무를 위해 출퇴근하는데 2∼3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에너지가 낭비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며 “사실상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낮 12시까지 3시간만 근무하고 점심을 먹기 때문에 근무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 제도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또 100대 대기업 가운데 55개 기업이 토요 격주휴무제를, 11개 기업은 매월 1회 토요 휴무제를, 2개 기업은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도 토요 격주근무제를 수용할 만큼 무르익었다는게 기획예산처의 판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가운데 토요일에 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정도로 토요 격주근무제 또는 주5일 근무제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행자부와 재계는 공무원의 토요 격주근무제가 경제계나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올 하반기 도입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실 최재황(崔載滉)팀장은 “공직사회에 토요 격주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일반 근로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기술력이나 임금 면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의 한계상황에 처한 중소기업들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 김범일(金範鎰)기획관리실장은 “교육 공무원들이 격주로 토요일에 쉬게 될 경우 학생들도 학교에 가지 않게 되므로 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교육부와 문화관광부에서 이에 따른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신대균(申大均)사무총장은 “노동시간 단축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나 현재 여건상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행자부는 토요 격주근무제 도입이 거론됨에 따라 다음달초 재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시행 여부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토요전일근무제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 시행하기로 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