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정보통신기업인 보다폰에어터치 브리티시텔레콤 등 세계 유수 정보통신 기업들의 유로(euro) 표시 회사채 유통 수익률이 폭등(채권가격은 폭락)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향후 텔레콤 관련 종목들의 주가 하락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금융 전문가들은 세계증시의 활황을 선도했던 텔레콤 기업들의 회사채 수익률이 대세 상승(채권가격은 대세 하락)을 보이고 있다며, 일례로 유로표시 정부채와 텔레콤 기업들의 유로표시 회사채간 유통 수익률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작년 4·4분기 0.74∼0.75%포인트에서 움직이던 정부채와 정보통신 관련 회사채 간 수익률 스프레드는 최근 1.05%포인트를 웃돌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26일 현재 0.75%포인트대에 머물던 정부채와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불과 10일도 채 안돼 0.85%포인트대로 확대됐었다. 하루에 0.01%포인트를 단위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이 이같이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같이 텔레콤 기업의 채권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유럽이 계획하는 '3세대 모바일 텔레콤 시스템(UMTS)' 사업권 취득비용이 너무 비싸게 책정되는 바람에 이들 기업의 채산성에 대한 회의감이 급속히 확산돼서다. 특히 주파수 등 기술 모델에 대한 국제협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들의 채권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수익성이 불투명해 짐에 따라 작년 보다폰이 독일의 만네스만을 인수하는 등 지난해 정보통신업계에서 M&A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이 오히려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의 M&A는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측면보다, UMTS를 겨냥해서 몸집을 불리기 위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디스 스탠더드&푸어스(S&P)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은 통신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펠리스 카이저 채권분석가는 “장기적으로는 텔레콤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이다”면서도 “증시 등 이들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작년에 비해 대단히 어려워지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첨단주 주가가 적잖은 조정을 받고 있고, 세계증시의 변동률(volatility)이 커지는 등 증시불안이 갈수록 가중되면서 텔레콤 주가마저 하락,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보다폰의 경우 지난 2월초 주당 61달러에서 47달러(지난달 28일)로 23% 가까이 주가가 폭락했다. 브리티시텔레콤 역시 240달러대에서 최근 180달러대로 미끄러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정보통신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데 있다. 주가폭락으로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회사채 가격마저 동반하락함으로써 회사채를 찍어낼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탓이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0.2%포인트의 프리미엄을 얹어준다고 해도 금융기관들이 정보통신 기업들의 회사채 매입을 극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자금조달 등에 장애요인이 발생, 주가의 추가하락은 불보듯 뻔한 노릇이다. 채권가격 하락→주가 하락→주가의 추가하락→채권가격의 추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전개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쟁력에서 앞서있는 유럽 정보통신 기업들의 주가하락이 미국 정보통신 업체들의 주가하락→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정보통신 주가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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