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 하더웨이가 드디어 제 모습을 찾았다.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이하 PO) 1라운드 피닉스 선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3차전은 하더웨이 부활의 결정판. 5전 3선승제의 PO 첫 관문에서 1승 1패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진행된 양팀의 대결은 시리즈 전체의 운명을 결정지을수도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결과는 피닉스의 101 대 94 승. 피닉스 승리의 중심엔 17득점 13어시스트 12리바운드를 올리며 플레이오프에서 처음으로 트리플 더블을 작성한 하더웨이가 있었다. PO 3차전 까지 하더웨이의 성적은 17.7득점 6.6어시스트 6.3리바운드.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팀내 최고를 달리고 있는 그는 제이슨 키드가 부상으로 결장중인 피닉스의 실질적인 리더로써 완벽하게 팀을 이끌며, 자신의 능력에 의문을 표하던 많은이들의 비판까지 깨끗하게 잠재웠다.
최근 몇 년간 하더웨이의 플레이는 데뷔초기의 화려한 명성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93년 전체 3번으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워스에 지명된 후 곧바로 크리스 웨버와 트레이드 되어 올랜도에 둥지를 튼 하더웨이. 루키시즌 부터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자리를 꿰어찬 그는 94-95시즌 샤킬 오닐과 함께 신생팀 올랜도 매직을 NBA파이널에 진출 시키는 파란을 연출하기도 했다. 2m1의 큰 키로 득점,어시스트는 물론 리바운드까지 거침없이 잡아내며 포인트 가드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낸 하더웨이의 활약에 고무된 NBA는 한동안 장신 포인트 가드 찾기에 혈안이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팬들은 주저없이 그를 '넥스트 조던'의 적임자로 지목하였다. 그러나 거칠 것 없이 잘나가던 그의 앞길에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왼쪽 무릎연골에 부상을 당한 것. 하더웨이는 97-98시즌 겨우 19경기에 출장, 평균 16.4득점 4.0리바운드 3.6어시스트에 그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어느정도 부상에서 회복한 지난 시즌에도 하더웨이는 살아나지 못했다. 비록 팀내에서 가장많은 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평균 15.8득점은 그의 데뷔 이후 가장 초라한 성적. 그리고 끊임없는 감독과의 불화로 하더웨이는 이기적이고 불평만 하는 '한물간 스타'라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더 이상 포인트 가드를 맞지않겠다"라며 올랜도를 떠나 피닉스에 새둥지를 튼 하더웨이. 그러나 좀처럼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던 하더웨이가 슬럼프 탈출 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제이슨 키드의 부상으로 공석이 된 피닉스의 포인트가드 임무를 맡으면서였다. 키드의 리더역할 까지 함께 수행하게 된 하더웨이는 이때부터 자신의 농구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의지로 자신을 다스렸다. 키드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3월 22일 이후 하더웨이의 성적표는 이를 수치로 증명해 준다. 이번시즌 평균 16.9득점 5.3어시스트 5.8리바운드를 기록한 하더웨이의 성적은 키드가 부상으로 결장한 이후 18.0득점 7.1어시스트 6.3리바운드로 향상됐다.
PO 까지 이어진 하더웨이의 상승세는 곧바로 피닉스의 전력향상으로 이어졌다. 비록 팀 던컨이 결장중이긴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지난시즌 챔피언. 정규시즌 성적도 5위 피닉스보다 한단계 높은 4위. 그러나 하더웨이를 중심으로한 피닉스의 상승세를 막기엔 샌안토니오의 힘이 너무 약했다. 적지에서 1승을 챙기고 홈으로 돌아온 피닉스는 3차전 마져 승리, PO 2라운드 진출을 눈앞에 뒀다. 1라운드 통과도 장담 못하던 피닉스가 일약 PO 최고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것 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다시한번 떠올라 '태양'이 되고싶은 페니 하더웨이가 있다.
기나긴 부상악령을 떨쳐버리고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선 하더웨이의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PO의 또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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