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올 시즌 시작 한달 만에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이 두가지 기록 중 하나에 도전하는 선수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 심재학(28). 그래서 팬들은 더욱 놀랍다.
심재학은 4 현재 21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 지난해 박정태가 세운 기록에 ‘―10’로 다가서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최근 페이스로 볼 때 경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심재학은 현재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에 이름을 올려놓을 정도. 타율 0.361(83타수 30안타)로 5위, 홈런은 1위에 1개 차로 뒤진 8개로 공동 4위, 타점 5위(23개). 득점(23)과 출루율(0.460) 장타율(0.735)은 당당히 1위다.
특히 지난달 9일 수원 두산전부터 안타행진을 시작, 이달 4일 대구 삼성전까지 21경기 연속안타. 이 기간 중 타율은 무려 0.403(67타수 27안타)이나 된다.
지난해 LG코칭스태프가 타자로서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 투수로 전업을 시켰던 심재학이 현대로 이적한 뒤 뒤늦게 타자로서의 재능을 꽃피우는 이유는 뭘까.
우선 손꼽을 수 있는 것이 아이러니컬하게도 투수로서의 경험이다. 심재학은 지난해 1년간의 ‘외도’가 투수와의 수 읽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특정 볼카운트에서 투수가 어떤 코스에 어떤 구질의 공을 던지고 싶어하는지 잘 알게 됐다. 상대와의 수 싸움에서 한발 앞서니 타격하기에 더없이 편하다”고 말한다.
다음으론 기술적인 부문. 예전에 심재학은 방망이를 높이 치켜든 채 투수쪽을 향하는 타격폼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올 스프링캠프에서 김용달타격코치의 조언으로 타격자세를 수정했다. 높이 치켜들던 방망이를 내리고 간결한 배팅폼으로 바꿔 불필요한 힘의 소모를 막았다.
그 결과 배팅스피드가 빨라지고 변화구 적응능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장타력 역시 한단계 업그레이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정신력’이다. 그는 지난해 LG에서 타자로는 안된다는 낙인이 찍힌 뒤 강제로 투수로 보직이 변경됐고 여기에 트레이드까지 당했다. 국가대표 4번 타자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게 사실. 겨울훈련에서 이를 악물었음은 물론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