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SK 서포터군단 ‘헤르메스’ 이희천회장(32) 말이다. 경기장에서 흥을 돋구는데는 제격이지만 그 청소가 쉽지 않기 때문. 또 폭죽도 꼭 필요한 때 아니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헤르메스는 이처럼 응원을 위한 응원이 아닌 ‘선수를 위한, 팀을 위한 응원’을 지향한다.
헤르메스의 응원은 과격하다. 응원땐 항상 야유가 많다. 다른 서포터들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심판 판정이 좀 이상하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야유와 함께 미리 준비한 ‘옐로카드’까지 등장한다. 헤르메스는 회원가입에서부터 ‘특별’하다. 경기장에 오지도 않고 PC통신만으로 신청하려는 지원자들은 노 땡큐.
이에 대해 신동민씨(28·유니텔 대표시삽)는 “일단 경기장에 와서 목청 껏 서포팅을 하며 혼연일체가 돼야 비로소 정식 회원으로 인정하죠”라며 “당당하고 열성적인 서포터의 자존심이 헤르메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헤르메스는 95년 당시 니폼니시감독이 지휘하던 부천SK를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모임으로 국내 서포터스 탄생의 모태가 됐다. 서포터스의 명칭 ‘헤르메스’(Herme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열두번째 신. 또 ‘베스트 11’다음의 12번째 선수란 의미도 있다. 구단도 서포터스의 이런 뜻을 받아들여 10개구단 처음으로 배번 12번을 서포터스용으로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씨는 “지금까지 축구장 서포터는 클럽을 사랑하는 단체이기 보다는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눈요기감’으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라며 “선수들을 위해 더 강력하고 조직적인 응원을 펴 단순히 볼거리로 대접받는 것을 사양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헤르메스는 작년 서포터가 흥미거리로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의 인터뷰를 자제했다. 이런 언론 기피증(?)은 방송과 언론 담당자로부터 많은 ‘원성’을 사기도 했다.
헤르메스가 언론을 피하는 이유는 방송과 언론에 자주 나오면 진정한 축구 팬과 클럽 팬이 모이기보다는 분위기에 편승한 ‘냄비’ 회원만 양산한다는 판단 때문. ‘냄비’ 팬의 양산은 순간적인 프로리그의 관중 몰이는 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볼 때 축구가 하나의 유행으로 평가 절하되다는 이유에서다.
헤르메스는 지난 4년간 서포터를 운영하면서 경기장을 자주 찾지 않거나, 클럽이 아닌 특정 선수만을 응원하는 등 불성실한 회원들은 과감히 퇴출시킨다. 서포터 고유 의미에 충실하려는 것.
신동민씨는 “팀의 승리를 위해선 선수들 사기를 북돋우는 것이 제1 임무다”라며 특정 선수만을 위한 팬클럽 활동 모임은 강력 지양한다.
그래서 헤르메스는 더욱 ‘축구·클럽·써포팅’ 위주로 ‘순수와 열정’이라는 서포터의 기본 모토에 적합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기장에서는 더욱 강한 응원을 펼치고, 구단 및 외부의 지원은 사양한다. 그리고 축구장 밖에서의 활동은 자제할 계획이다.
한편, 연초 2000시즌을 앞두고 헤르메스는 새첫년을 맞아 “오직 축구, 오직 부천 클럽에 열정을 바친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힌 문건을 각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김진호〈동아닷컴 기자〉j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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