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자위대의 싱가포르 기지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03분


일본 자위대가 첨단장비 도입과 새로운 부대 창설을 서두르고 그 활동영역마저 아시아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추세여서 주변국들이 예사롭게 보아넘기지 않는 것 같다. 일본은 최근 싱가포르로부터 군사기지 사용 허가를 얻어내는 등 자위대의 해외진출 발판까지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다.

일본은 92년 유엔평화유지활동에 파병할 수 있는 ‘국제평화협력법’ 제정과 94년 자위대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해외파견을 가능케 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자국민 보호와 국제평화활동에 기여한다는 명목이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폭동 때는 자위대 수송기 6대와 해상보안청 순시선 2척을 파견하기도 했다.

자위대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활동영역을 확장한 것은 작년의 새 미-일(美-日)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관련 3개 법이다. 일본은 미국과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군사적 역할을 분담한다는 원칙아래 ‘주변사태법’을 제정하고 ‘자위대법’과 ‘미-일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을 개정한 것이다.

이중에서도 ‘주변사태법’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것으로 자위대가 미군을 후방지원한다는 게 그 골격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법이 규정한 ‘주변사태’의 범위와 내용은 지나치게 포괄적일 뿐만 아니라 현대전의 경우 전후방의 개념구분 역시 쉽지 않다. 말하자면 이 법은 영토가 공격받을 때 최소한의 방어에 나선다는 전수방위 개념을 전방위 전략으로 확고히 전환시키고 일본이 군사행동의 직접적인 당사자로 변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의 군사적 교두보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 기지 사용권을 얻은 것이다. 일본정부는 유사시 자국민 보호를 위한 기지사용권이라고 되풀이 설명하고 있지만 일본의 군국주의 때문에 불행한 역사를 경험했던 주변국들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리 없다.

특히 일본은 자위대의 역할과 전력을 강화하는 이유로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들고 있다. 사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일본측의 우려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같은 우려가 현재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자위대의 역할과 전력 강화를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이 그런 이유를 앞세워 아태지역의 안보질서를 주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중국이나 북한을 더 자극해 동북아 전체의 힘의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자위대의 움직임을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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