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자의 주장을 펴는 학자들의 논리는 이렇다. 포르노는 성 욕구에 대한 대리만족 효과가 크기 때문에 포르노가 넘쳐흐른다고 해서 곧바로 성범죄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의 포르노 전용극장에 가보면 관객 수도 얼마 되지 않은데다 장년 노년층 관객이 주류를 이루는 것을 감안할 때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나라마다 성에 대한 인식이 각기 다르고 성이 얼마나 개방되어 있느냐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우리의 경우 겉으로 내세우는 성에 대한 도덕적 기준과 성 풍속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매우 큰 편이다. 유교적 전통으로 인해 겉으로는 성 문제에 매우 엄격함을 보이지만 서구화가 진전되면서 실제 생활에서는 빠른 속도로 개방화 추세로 나가고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다는 영화나 문학 등 예술가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예술가들은 나름대로 성 표현에서 사회적인 흐름을 반영했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여론은 여전히 차갑기 그지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몇십년 전과 비교할 때 외설 여부에 대한 기준이 급속한 개방화 쪽으로 전개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최근 음란성 문제로 문화계를 ‘강타’했던 영화 ‘거짓말’에 대한 위법성 여부가 곧 발표될 검찰측의 수사결과로 가닥을 잡게 된다. 마침 유엔 인권위원회도 이 영화에 대해 상영중지와 처벌을 권고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포르노그라피의 판단 기준은 어차피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 식의 주체적 판단이 필요하다. 2000년 이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는 포르노의 기준은 어떤 것일까.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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