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친 다음에 삼진을 당하기 쉽다’거나 ‘병살타가 나온 뒤 다음타자가 안타를 친다’는 등등.
‘호수비 뒤에 좋은 타격이 나온다’는 얘기도 그중 하나. 야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운동. 발군의 수비를 해 기분이 좋아지면 타석에서도 자신감을 갖기 때문에 좋은 타격을 할 수가 있다.
7일 두산-LG간 잠실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두산의 강혁. 두산이 기적같이 10-10 동점을 이룬 뒤 맞은 9회말 수비. 두산은 진필중이 LG 선두 이종열에게 볼넷을 내준 뒤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의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전타석까지 5타수 4안타로 타격감각이 최고조에 달해 있던 LG 김재현.
4구째에 김재현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고 타구는 총알같이 1, 2루간을 향해 날아갔다. 이 타구가 빠졌다면 9회 2사후 5점을 뽑은 두산의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갔을 터. 하지만 두산 1루수 강혁은 본능적으로 몸을 날리며 멋진 다이빙캐치로 잡아냈고 2루주자마저 아웃시켜 공수교대.
곧 이은 연장 10회초 두산 공격에서 강혁앞에 2사 1, 2루의 찬스가 온 것도 어쩌면 운명적인 일인지 몰랐다. 9회 호수비로 ‘엔도르핀’이 돈 강혁은 LG 최향남의 완벽히 컨트롤된 몸쪽 직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마치 속설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마음먹고 때려낸 1타점짜리 짜릿한 결승타였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