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심형래 인터뷰-"자기들끼리 띄워놓고..."

  • 입력 2000년 5월 8일 10시 32분


이제 더이상 사람들은 <용가리>를 얘기하지 않는다. 신지식인 1호로 불렸던 심형래씨에 대해서는 더욱 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건 좀 부당하다. 그에 대해 냄비처럼 들끓었던 1년전의 여론이 잘못됐듯이, 지금 또 그를 지나치게 외면하는 것도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심형래씨와 그의 <용가리>를 놓고 사람들은 두 가지의 잘못된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하나는 <용가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돈의 논리로만 해석한 것이고 또 하나는 그가 어디서 달라 뭉칫돈을 좀 모았다 해서 대단한 '작가'처럼 취급했던 태도가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진짜 '쌈마이'는 <용가리>를 둘러싸고 흥청망청댔던 영화 투자자들과 정부 정책 당국자 그리고 언론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각있는 사람들이 뒤늦게 그 잘못을 지적하긴 했지만, 이미 그건 버스가 떠난 지 한참 후의 일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것 역시 이 나라 영상문화를 이끌어 갈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방기한 꼴이 된다.

우리가 다시 심형래씨에게 눈길을 돌리는 것은 언론의 책임을 생각해서이다. 그는 지금 칸영화제 마켓에서 '진짜 장사'를 준비중이다. 그는 1년 사이에 급전직하한 자신의 이름값을 이번 마켓에서 어느 정도 회복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언제는 자기들끼리 띄워 놓고 또 자기들이 결론을 내더니 금방 내팽개쳐 버렸다"며 기존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직원이 많이 줄은 것 같다.

"그건 아닌데. 지금 한 80명 정도의 정규 직원이 있다. <용가리> 제작이 한창일 때는 한 120명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아르바이트생도 많았으니까, 실제로는 지금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관리팀이 좀 바뀌었지. 문화일보와 '영구문화아트'를 만들면서 그쪽 팀이 좀 들어오고, 시스템이 차이가 나니까 기존 팀들이 알아서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인원은 차이가 없다."

항간에는 "<용가리>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심형래는 끝났다"는 말이 있다.

"그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너무나 모르고 하는 얘기들이다. 그렇지 않다. <용가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물론 작년에 국내에 영화를 개봉하고 나서 실망하신 분들도 많고, 나 역시 완성도가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개봉을 하느라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해외 배급판은 80% 이상 그림을 바꿨다. 충분히 승산이 있을 만큼. 이번 칸 마켓을 통해 <용가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다."

80%라면 거의 뜯어 고친 셈인데, 어디를 얼만큼 바꿨나.

"일단 출연배우들을 바꿨고, 드라마 구조도 일정부분 손봤다. 영화에 나오는 상황실도 보다 실제와 가깝게 고쳤고 F16 전투기도 모형같은 인상을 완전히 빼냈다. 마지막 장면은 완전히 뜯어 고쳤고.."

차라리 그렇게 완성을 다 하고 나서 국내 개봉을 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수업료를 지나치게 비싸게 낸 셈이다.

"그렇다. 결과적으로 그런 셈이다. 하지만 국내 개봉 문제는 극장이라든가 세종문화회관 등과의 약속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투자자들의 요구도 빗발쳤고. 어쩔 수 없었다."

국내 흥행 부분은 완전히 정산이 끝났을 텐데. 얼마나 들었나?

"극장 인원만 160만이었다. 하지만 내 영화는 극장보다는 구민회관 등에서의 상영이 더 주효하다. 그쪽까지 합하면 한 3백만 되지 않을까? 돈으로 따지면 한 80억원 정도가 됐다."

그런데 왜 CKD(종근당 기술금융) 등에서 투자 원금소송 등을 내고 그랬는지 이해가 안된다. 세종문화회관과도 아직 소송중인 것으로 안다.

"소액 투자자들, 이른바 앤젤 투자자들의 원금은 다 돌려줬다. CKD는 11억원 정도 투자했는데, 사실 이 부분은 해외배급이 결정되면 충분히 회수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미루고 싶었던 부분이다. 그런데 그쪽에서 지나치게 서둘렀다. 약속 기간내에 원금을 회수시킬 수 없을 경우 2배의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계약조건을 이용했던 측면도 있었던 것 같고. <용가리>는 앞으로 한 22억원 정도만 더 벌어들이면 모든 제작비의 BEP(손익분기점)는 다 맞출 수 있다. 이건 이번 칸에서 다 해결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그건 좀 얘기가 다르다. 세종문화회관과 독점 상영권 문제로 갈등이 있을 때 다른 극장에 영화를 걸려면 무조건 10억원을 베팅하라는 것이었다. 당시에 계약서를 쓸 때, 이건 억지다싶었지만 극장 개봉 일정이 촉박했고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라. 그런 식이라면 하루 대관료를 3천만원 가깝게 내는 것인데, 다른 공연물과 비교할 때 10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게 정당한가? 세종문화회관 1년 예산이 20억원 정도라는데 27일 상영한 <용가리>로 그 돈의 대부분을 다 빼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이미 회관측에 상영 수익금중 3억5천만원을 지불했고 1억원 정도가 더 남은 상태다. 그것 외에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계약은 계약이다.

"불공정 계약이다. 변호사를 통해 3억5천만원에 대한 원금반환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계속 그런 식이라면 맞대응밖에 방법이 없다."

칸 얘기 좀 하자. 당신은 지금까지 프리 세일(Pre-sale)을 통해 272만달러를 팔았다고 알려졌고 그 점이 언론에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와 좀 다른 것 같다. 판매 실적이 정말 어떤가. 그리고 올해 마켓에서의 성공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그렇다. 프리 세일과 지금 실적과는 좀 차이가 있다. 제작 일정을 못맞춘 것이 문제가 됐고, 큰쪽(유럽과 미국 등 주요 바이어들)은 다 빠진 셈이다. 그런데 그게 바로 프리 세일 아닌가? 지금 상황은 동남아쪽 판매는 그런 대로 유지돼 있는 상태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구매자인 콤스탁과는 딜 메모가 아니라 완전히 판권을 판 상태다. 일본 배급권을 넘겼다는 거지. 150만 달러를 받았다. 한 18억원 정도? 그리고 이건 미니멈 개런티다. 70개 이상의 극장에 거는 조건이고 극장 수입은 5:5로 나누기로 했다. 비디오 수입은 3:7, DVD나 TV쪽은 4:6으로 나눈다. 왜 <쉬리>가 120만 달러를 받고 팔았다고 해서 최고 액수 운운하며 화제를 모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용가리>는 더 많은 돈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당신은 늘, 미국 메이저배급사에 판매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왔다.

"그렇다. 그게 이번 칸 마켓에서 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직 '큰 장사'가 남았다는 건데, 좀 기다려 달라. 분명히 잘 될 것이다. 칸에서 12,13,14일 이렇게 풀 스크리닝이 있고 이후에 계약들을 따 낼 것 같다. 국내 개봉 이후 여기저기서 비판을 하도 많이 받고 나 스스로도 지나치게 나서는 게 문제라는 생각에서 일절 인터뷰 등을 하지 않았다. 결과를 보여 주는 게 제일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꼭 금메달을 따야지만 사람 대접을 해 주는지 모르겠다. 동메달 따면 사람이 아닌가?"

그동안 신지식인 1호 등등의 소리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맞다. 그리고 그건 내가 원했던 나의 이미지도 아니었다. 당시 그런 공익광고를 찍자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많이 망설였었다. 하지만 그때는 IMF때였고, 나같은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벤처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득에 제안을 받아 들였다. 신지식인 이미지는 그때의 사회분위기가 만들어 낸 모습일 뿐이다."

당신만큼 어린이 영화를 고집스럽게 만들어 왔던 사람도 없다. 어떻게 보면 <용가리> 문제는 그런 당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잘 지켜 나가지 않고 지나치게 성인관객들까지도 포획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버전이 다른 차원인데..

"그렇다... 그럴 수도 있다. 실망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한번 더 기회를 달라. 한번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지 말아 달라. 평론가들은 <노랑머리>는 별 셋을 주면서 <용가리>는 별 하나만을 줬다. 이번 칸느 버전은 다르다. 지켜봐 줬으면 한다."

그래도 당신이 얻은 것이 있다면?

"특수효과 제작에 대한 노하우다. 초기 작품인 <우뢰매>부터 <용가리>까지를 보면 안다. 기술 수준이 엄청나게 향상된 것이니까. 국내 영화계도 <용가리>를 통해 또 다른 영화제작기술의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보면 된다."

자금사정은 괜찮은가? <용가리>말고 다른 작품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돈이란,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별 문제는 없다. 후속작인 <이무기>와 <콘돌>은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다. 캐릭터들을 한창 제작중이고. 그전에,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황금섬>을 만들려고 한다. 내년 5월쯤 완성될 것 같다. 3D는 나로선 이번이 처음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생각하면 한번은 꼭 넘어야 할 산이다."

사람들에게 섭섭한 감정은 없나?

"이제는 결과를 가지고 얘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더욱 더 그게 필요한 것 같다. 언제는 자기들이 띄워 놓고 자기들이 결론을 내더니 팽개쳐 버리는 식이기 때문이다. 차분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오동진(ohdjin@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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