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박찬호-김병현 9일 ‘운명의 대결’

  • 입력 2000년 5월 8일 18시 45분


박찬호(27·LA다저스)와 김병현(2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둘은 전혀 ‘색깔’이 다른 투수다.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자기입지를 확실히 굳혀나가고 있는 한국인 투수라는 정도다.

박찬호의 애리조나전 선발등판(9일 오전 10시35분·한국시간)으로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인 투수 맞대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지금 두 투수의 ‘색깔비교’는 상당히 흥미롭다.

▽구질=박찬호는 직구와 커브,체인지업 세가지 공을 주로 던진다.타자앞에서 약간 가라앉는 투심패스트볼도 직구라고 보면 된다.박찬호의 직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7,8회까지 던져도 155㎞정도의 스피드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어깨 는 큰 강점.밑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는 박찬호가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삼진을 유도하기 위해 즐겨 던지는 구질이다.지난해부턴 약점인 왼손타자 대응요령으로 체인지업 연마에 힘썼다.

김병현은 직구외에 변화구가 다양하다.슬라이더만 해도 밑으로 떨어지는 게 있고 옆으로 휘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그의 슬라이더는 비디오게임에 나오는 공같이 변화가 심하다고 해서 ‘닌텐도 슬라이더’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게다가 커브,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볼이 ‘춤추듯’ 요동치기 때문에 타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기에 딱 좋다.직구 스피드도 ‘잠수함’ 투수라고 믿기 힘든 150㎞대 초반.

▽투구스타일=정통파(박찬호)와 언더핸드스로(김병현)지만 투구스타일은 오히려 김병현이 공격적이다.홈런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는 박찬호는 타자를 지나치게 피해가는 경향이 있다.다저스 포수 토드 헌들리는 “박찬호는 너무 완벽한 코너워크를 하려고 해 볼이 많다.좀더 공격적인 투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병현은 어린 나이에 비해 배짱이 두둑해 정면승부를 즐긴다.한마디로 겁이 없다.삼진이 많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김병현은 올해 10경기에서 13과 3분의1이닝을 던져 삼진을 무려 21개나 잡아냈다.이닝당 삼진율로 따지면 1.58개로 같은 팀의 메이저리그 최고투수인 랜디 존슨(1.29개)을 능가한다.

▽성격=박찬호는 예민하고 김병현은 낙천적이다.다저스 코칭스태프들이 박찬호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지나치게 심각하다 는 것.박찬호의 얼굴표정을 보면 지금 경기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다.홈런을 맞거나 위기상황이 되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마운드에 선 박찬호는 전쟁터에 나간 병사같다.

반면 김병현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타자를 요리하는 모습이 딱 메이저리그 10년차다.졸리면 아무데서나 엎어져 잔다.동료들은 “BK(김병현의 애칭)가 하는 일이라곤 야구 아니면 잠”이라고 놀린다.상반된 둘의 성격은 피칭스타일에도 곧장 직결될 수 밖에 없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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