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협동조합들이 벼랑끝에 섰다.
농어민에 대한 금융사업에서 얻은 수익으로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을 해온 농축수협 일선 조합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은행과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해 현재 파산지경.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소매금융에 뛰어들면서 농어민들은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을 외면하는데다 정부의 금융기관 건실화 계획에 따라 대손충당금 퇴직충당금 등 부담은 늘어나 적자 조합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우체국마저 한미은행과 연합해 전국에서 금융사업을 하겠다고 공세를 펴고 있어 농수축협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실정.
농축협 일선 조합들의 상호금융 대출금리는 연 13% 수준에서 지난해 연 17%까지 올랐다가 올들어 연 1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예대마진은 지난해 평균 5%포인트에서 올해 2%포인트로 줄어든 상태.
협동조합측은 "농어민을 위한 사업을 하는 조합의 상호금융 금리를 은행과 똑같이 취급하면 안된다"고 호소하지만 시장의 거센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적자 눈덩이…통폐합 절실▲
▽늘어나는 부실 조합〓수협은 87개 일선 조합 중 지난해말 자기자본을 잠식한 조합이 39%인 34개에 달하며 중앙회 자체도 최근 3년간 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농협은 98년말 76개였던 적자조합이 지난해말 121개로 늘었으며 이중 자기자본을 잠식한 조합은 44개. 축협도 192개 조합 중 27.1%인 52개 조합이 적자를 봤다.
농림부 관계자들은 1177개 단위 농협 중 500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통폐합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조합들의 반발과 중앙회 통합 문제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합병 1억지원 부실만 키워▲
▽정부의 안일한 지원이 문제 키워〓농협의 경우 97년 1332개 조합이 지난해 1177개로 줄었으나 부실경영에 책임을 진 조합장은 없다. 오히려 1개 조합을 합병하면 1억원씩 지원해주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이 개선되기는커녕 부실만 늘어가는 상태. 지난해까지 정부는 정책자금 대출 대상만 선정하고 자금 관리는 조합이 함으로써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 게 대표적인 정책 실패 원인.
이 때문에 농촌에는 수억원씩 빚을 져도 갚지 않고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는 풍토가 생겼으며 부실조합은 늘어났다.
회원에 의해 선출되는 조합장이 선거를 의식해 부실 대출을 하거나 전문성 없이 조합을 운영해온 점도 조합을 파산으로 이끈 요인.
▽협동조합의 앞날은〓농림부와 해양수산부는 일선조합들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하고 경제사업 비중을 40%에서 60%로 늘려 생산자단체 본연의 기능으로 유도한다는 방침.
▲책임경영-전문성 강화해야▲
그러나 중앙회가 직접 관여하는 사업도 적자 투성이일 정도로 경제사업의 전망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박성재연구위원은 "1개 조합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져 여러 조합이 모여 사업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연합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도 현재의 조합 체제로는 수익성 있는 경제사업을 발굴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
농림부는 최근 '농업금융개혁위원회'를 구성해 협동조합의 미래 구상에 나섰지만 "합의가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전문가들은 조합의 공멸을 막기 위해 △조합장 등의 경영 책임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며 △금융사업 회계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객관적 기준에 못미치는 조합을 퇴출시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 세금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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