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의 확대에 따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 인력의 질적 향상, 영화를 둘러싼 주변 산업의 발전 등에 힘입어 한국 영화는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1999년은 전체 관객의 약 40%가 한국 영화를 선택했다. 최근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영화사 시네마서비스에 외국인 투자사 워버그핀커스가 2백억원을 투자한 사례는 영화 산업의 미래에 대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충무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전국에서 450만 관객이 든 ‘쉬리’는 소위 ‘입회비용’만 2억원 넘게 들었다. ‘입회비용’이란 영화사가 관람객 수를 체크하기 위해 극장에 파견하는 인력에 대한 비용을 말한다. 이는 극장의 관람객 수 허위 보고, 영화사와 극장 간의 불신에서 비롯된 정말 어이없는 비용이다.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앞으로 한 국가의 경쟁력은 신뢰(Trust)의 수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우리 영화 산업의 신뢰 수준은 지극히 낮다. 극복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또 한국 영화의 제작방식은 할리우드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영화 제작방식과 비교해 볼 때 여전히 미흡하다. 가장 큰 차이는 철저한 사전준비의 부족. 전 세계를 강타한 ‘터미네이터2’(1991년)의 경우 무려 1년 반이라는 사전 준비 기간을 가진 반면, 실제 촬영은 38회 만에 마쳤다는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던져준다.
<튜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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