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의 먼지가 손님 앞에 드러나고 집안의 추문이 울타리 너머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88서울올림픽은 그런 잔치였다. 월드컵도 그런 잔치가 될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도 축구 전용구장을 마련하자고 해 공사가 한창이다. 화장실 앞에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질서를 지키자는 구호소리도 드높다.
그러나 정말 고쳐야 할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보도 위에 올라서 있는 자동차들이다.
다른 세상에서 잔치구경을 하러 올 손님들이 입을 딱 벌릴 광경이다. 이들은 잔치가 끝나면 돌아가서 본 걸 그대로 얘기할 것이다. 세상에는 자동차가 보도 위에 올라가 있는 나라도 있더라고.
차도는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다.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면 여지 없이 단속된다. 반면 보도는 사람이 걸어다니는 곳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보도 위에 자동차가 올라가 있어도 단속되지 않는다.
이런 괴상한 나라에서 잔치를 하겠다고 손님을 부르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 자동차를 보도 위에 올려놓는 것은 범죄다. 주차장이 없어 보도로 올라섰다는 뻔뻔함이 가득한 도시가 손님을 공손히 맞을 수 없다.
자동차는 차도로 내려놓아야 한다. 방법은 쉽고 하나 밖에 없다. 벌금을 물려야 한다.
그래서 천문학적이라는 예산 적자도 줄이자. 불우 이웃도 돕고 지하철도 놓자. 떠나는 손님들로부터 ‘이상한 나라’라는 소리만은 듣질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