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3월말까지 순매수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오던 외국인들이 지난달말 이후 뚜렷한 갈짓자 행보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나스닥시장이 상승하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순매수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매물을 던지는 등 외국인들도 국내 투자자 못지않게 나스닥 등락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외국인들의 불규칙적인 매매패턴은 다음달 16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폭이 결정될 때까지 지속될 전망. 외국인 매매여하에 따라 사고 팔지를 결정하는 ‘눈치보기 장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증시의 최대호재는 ‘외국인 순매수’〓국내 증시의 최대 취약포인트는 주식을 사줄만한 세력이 없다는 것.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펀더멘털 측면에선 한국증시를 따라갈만한 투자처가 없다는게 중론. 그런데도 지난해 47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유상증자와 대우사태 이후 촉발된 주식형펀드 환매가 겹치면서 수급상황은 치유 불가능한 상태로 전락했다.
그나마 올들어 6조4000억원어치의 한국물을 순매수한 외국인들의 덕택으로 거래소시장은 700선 근처에서 바닥권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관 매도,외국인 매수’의 상황이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의 장세장악력이 국내 기관을 압도하게 됐다는 것.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4월말 현재 27.4%로 이젠 국내 기관(16%)들 마저 외국인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외국인들도 나스닥눈치를 본다〓외국인들은 지난 3월말까지 월간기준으로 1조∼3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4월엔 199억원,5월들어서도 3900억여원으로 순매수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이는 미국 나스닥시장이 조정국면으로 진입한 시기와 일치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투자증권 임송학연구원은 “3월말까진 기술주에 대한 확신으로 나스닥 등락과 상관없이 한국주식에 대한 순매수패턴을 유지했으나 4월들어 기술주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신중한 매매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이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기술주,즉 반도체 및 정보통신주를 미국 나스닥의 기술주와 같은 범주에 넣고 매매한다는 것.
실제로 외국인들은 4월1일 이후 지난 4일까지 총 22일의 거래일중 19일(86.3%)은 ‘나스닥이 상승하면 한국물 순매수,하락하면 한국물 순매도’의 매매양상을 보였다.
▽외국인들이 오락가락하는 이유〓ING베어링증권 이길영이사는 최근 외국인들의 매매행태에 대해 “매도 매수세로 확연히 갈리는 등 그들 마저도 헷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투신사태 이후 한국의 2차 금융구조조정의 이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반면 펀더멘털을 중요시하는 외국인들은 여전히 매수를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수공세도 최근 설정된 1∼2개 글로벌펀드들이 뒤늦게 삼성전자를 편입한 것으로 특별한 의미를 두기가 어렵다는 지적. 아무튼 추가적인 금리인상으로 미국증시의 조정양상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들의 매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내 증시의 반등기회도 줄어드는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증권가 일각에서 일고 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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