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게불편해요]주택가 '공포의 과속방지턱'

  • 입력 2000년 5월 10일 18시 46분


회사원 홍모씨(36)는 최근 한밤중에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주택가 이면도로를 지나던 중 차 밑바닥이 과속방지턱에 부딪치는 바람에 배기가스 배출구 주변이 심하게 찌그러지는 피해를 보았다.

과속방지턱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뒷바퀴가 높이 20㎝ 가량의 턱을 넘어 도로 바닥에 내려서는 순간 차량 뒷부분 밑바닥이 턱과 충돌해 생긴 일.

홍씨는 “과속방지턱의 도색이 벗겨져 전조등 불빛이 반사되지 않는 바람에 과속방지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며 “턱이 있는 줄 알았더라도 높이가 너무 높아 정차한 뒤에 넘어야 차 밑바닥에 닿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는 아파트단지 학교 주변 등 보행자와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거나 차량의 통행속도를 시속 30㎞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 폭 3.6m, 높이 10㎝의 과속방지턱을 설치할 수 있다.

또 운전자가 과속방지턱이 설치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예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반드시 불빛에 반사될 수 있도록 도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일대 과속 방지턱의 상당수가 이같은 규정에 맞지 않아 차량이 손상되거나 탑승자가 불편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통문화운동본부(대표 박용훈·朴用薰)가 지난해 말 서울 25개 구 109개 동에 설치된 3100여개의 과속방지턱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75%에 해당하는 2300여개의 높이가 1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고표지가 설치되지 않은 과속방지턱이 전체의 86%(2700여개)나 됐고 도색이 벗겨져 야간에 운전자가 발견하기 어려운 과속방지턱도 580여개(18.5%)나 됐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구청 교통전문위원은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고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전문성이 없어 규격을 무시하고 공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각 지자체도 인력 부족으로 일일이 규격을 따지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대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 가운데 과속방지턱의 설치 규모나 시설 상태에 대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동작구는 지난해 감속 운행을 유도하면서도 운전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는 ‘가상 과속방지턱’을 설치해 구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동작구는 지난해 4월 사당2동 취업개발센터 앞 도로 등 8곳의 노면에 과속방지턱과 똑같은 도색을 한 ‘가상 과속방지턱’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구민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8%가 ‘차량 감속의 효과가 있다’고 답했고 ‘기존 과속방지턱보다 차량 감속 효과가 더 크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전체의 72.5%나 됐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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