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분진 중금속에 해양생태계 위기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56분


'동해를 지켜라.’

강원도 일대의 산불을 꺼졌지만 동해의 해양생태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7,8월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면 엄청난 양의 잿더미와 토사 중금속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부영양화가 촉진되거나 어패류의 폐사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96년 발생한 고성지역 산불로 인해 고성군 죽왕면 등 일대 5개 마을의 전복 성게 등 연안어장 수확량은 70% 가량 급감하는 피해를 남겼다.

△예상 피해〓올해 산불로 강원도 삼림은 서울 남산의 78배에 달하는 규모가 잿더미로 변했다. 지난 19년간 발생한 국내의 산불 피해를 모두 합한 크기.

전문가들은 숲이 탈 경우 유출수에 아질산성 및 암모니아성 질산이 더 많이 포함된다고 지적한다. 또 영양염류가 과다하게 해양으로 유입되면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수치가 급상승해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방해, 먹이사슬도 교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진에 포함된 카드뮴 납 기타 중금속 등도 황금어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가리비 전복 소라 성게 등이 가장 먼저 치명타를 입고 가자미 광어등 연안 어류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순천향대 수산자원학과 신현웅교수는 “금년 강원도 일대 산불로 인해 동해는 고성∼울진간 250여㎞에 걸쳐 광범위한 어장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동해의 유속이 빨라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화재발생 이전 수준으로 생태계가 완젼 복원되려면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림의 자연정화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하천 오염도 심화돼 10월에는 연어의 회귀율도 떨어질 전망. 연어의 회귀율은 85년 0.49%에서 97년 1.37%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복원 계획〓‘동해 지키기’에는 각 분야의 과학기술이 다양하게 투입되어야 한다는 지적. 우선 불에 탄 토양을 되살리는 데는 생명공학 기술이 필수적이다. 생명공학연구소는 산불피해지역 토양미생물 실태를 조사한 뒤 유해물질분해 미생물과 버섯종균 질소고정미생물 등을 인공 살포할 계획. 연안에는 중금속 흡수력이 뛰어난 해조류와 해양피자식물을 집중 배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쇠미역과 거머리말은 중금속 흡수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구 진척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항공우주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그동안 별도 운용해온 관측위성 아리랑1호와 우리별3호를 공동활용할 예정. 위성 관측은 식물 생태계의 복원실태와 해양의 오염 확산 상황을 광범위하게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과학기술부는 이달 중 산불피해 복구에 필요한 각종 기술개발 신청을 접수한 뒤 6월부터 본격적인 현장 연구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 과기부는 “산불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피해를 연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면서 “이번 산불을 계기로 육상과 하천 바다를 연계하는 종합적인 생태계 복원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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