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군]이덕환/민물고기 떼죽음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56분


올해도 새봄의 꽃 소식과 함께 중랑천에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가 떠올랐다. 우울한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암모니아성 질소’ 때문이라고 하는데 황사와 함께 매년 봄에 들려오는 연례적인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질소는 탄소 수소 산소와 함께 생명 현상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원소 중 하나다. 질소 화합물은 매우 다양해서 3개의 수소와 결합된 '암모니아’가 있고 여러 개의 산소와 결합한 '산화물’도 있다. 같은 질소지만 주위의 전자 분포에 따라서 화학적 성질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암모니아성’과 '질산성’ 질소 화합물로 구분하는 것이다.

썩은 달걀 같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암모니아는 20세기 초 독일의 프리츠 하버가 공기 중의 질소 분자를 이용해서 값싸게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지금도 같은 방법으로 전세계에서 엄청난 양이 생산되고 있다. 암모니아는 화학비료로 쓰여서 식량 증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고 대형 냉동창고나 원양어선의 냉매로 쓰이는 중요한 화학물질이다.

우리 몸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도 그런 암모니아성 질소 화합물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20여 종류의 아미노산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백질은 생체에서 일어나는 정교한 화학 작용을 조절하는 중요한 물질인 것이다.

몸 속에서 이런 단백질이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면 소변을 통해서 '요소’라는 물질로 배설된다. 또 다른 암모니아성 질소 화합물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봄마다 물고기의 떼죽음을 일으키는 '암모니아성 질소’는 바로 우리 가정과 축사에서 배출되는 분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봄마다 들려오는 물고기의 떼죽음은 하천 오염의 70%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자연의 몸부림인 셈이다.

낙동강의 오염이 문제될 때마다 엉뚱하게 욕을 먹는 염색 공단은 어려운 화학 용어를 잘못 해석한 탓일까. 물론 염색 공단에서 많이 배출되는 '질산성’ 질소 화합물도 우리에게 청색증을 일으키는 위험한 오염물질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과 가축의 분뇨는 자연을 구성하는 순환 과정의 일부분이다. 식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귀중한 천연 자원이기도 하다. 분뇨 처리장을 만들어서 강물의 오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해서 화학 비료의 소비를 줄인다면 일석이조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필자 약력]서울대 화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학 이학박사. 대한화학회 부회장 역임. 비선형분광학과 양자화학 전공. 과학대중화를 위한 과학교사모임인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역서로는 ‘같기도하고 아니 같기도하고’ ‘확실성의 종말’ ‘셜록 홈스의 과학 미스테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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