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진보적인 작가이며 반전운동가인 오다 마코토(小田 實·68)씨가 극단 제주놀이패 '한라산'이 무대에 올리는 '아버지를 밟다'의 원작자로 초청돼 지난 11일 내한했다.
한국의 민주화를 지지하며 김지하 구명운동 등으로 오랫동안 한국정부의 기피인물이었던 오다씨는 63년 정부초청으로 방한한 이래 6번째 한국을 찾았다.
"근대화와 현대화를 동시에 이루려는 한국의 모습이 어렵고 분주해보이지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위한 노력이 느껴집니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동경대 문학부에서 언어학과 서양고전학을 전공했다. 소설 '임진왜란' '오모니' 비평에세이 '나와 조선' 등 한국관련 작품을 비롯한 1백여권의 저서를 펴낸 오다씨는 작가의 역사의식과 윤리의식이 작품 속에 반영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부인이 한국인인 오다씨는 "일본에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문화적 선배'인 한국을 배제하고는 일본문화 원류를 생각할 수 없다. 역사의식을 가진 작가라면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자기작품의 배경에 한국을 등장시켜야 한다"며 한국관련 작품저술의 동기가 가족관계 뿐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의 소설은 한국과 일본의 문제를 정치적 슬로건처럼 내세우지 않는다. 단지 등장인물을 통해 한국의 민속, 역사, 풍습 등을 담아 그 안에서 인간과 사회의 모순을 지적한다.
역사인식에 있어 우익세력의 목소리가 강해지는 요즘, 그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통해 일본인의 올바른 역사인식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교과서문제 등 아직 많은 걸림돌이 있지만 뜻있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매년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전하는 오다씨는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에게 과거사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도 한국인들의 중요한 몫"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오다씨는 "한국의 발전이 50년간 지속된 평화를 바탕으로 이룩되었다"며 내달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수뇌가 직접 만나 악수하는 것은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한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유지와 통일을 위한 일본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극단 '한라산'의 마당극 '아버지를 밟다'는 오는 9월 동경에서도 공연될 예정.
오다씨는 14일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를 만나 양국 문화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후 부인 현순애씨와 함께 출국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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