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교통경찰 전문화 교육 시급하다

  • 입력 2000년 5월 15일 18시 51분


교통 안전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통경찰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장비를 갖춰졌더라도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각종 응급 상황에 즉각 대처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지닌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90년 이후 매년 100만대씩(연평균 12.6%) 증가해 2000년 3월 현재 1137만여대에 이르고 있다. 운전면허 소지자도 최근 10년간 연평균 16%씩 증가해 현재 1700만명이 넘고 있다. 그러나 교통경찰은 95년 이후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 교통경찰 한사람이 직간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대상과 범위는 늘어가고 있는 셈이다.

소음과 대기오염이 심한 도로에서 일하는 교통경찰관은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 수많은 민원에 시달리기 때문에 교통경찰 업무는 ‘3D 업종’으로 꼽힌다.

교통경찰이 외국처럼 존경을 받기는커녕 시민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는 획일적인 단속업무 때문. 현행 도로교통법상의 교통법규 위반행위 단속사항은 총 65개항으로 이에 따른 단속 건수는 연간 1300만건에 달한다. 거의 모든 운전자가 1년에 한번쯤은 단속을 당하는 셈이다.

이같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연간 교통사고 사망률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4∼5배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장명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책연구소장은 “선진국은 단속 건수가 우리의 10분의 1에 불과한 데도 사고가 적은 것은 교통안전에 중요한 사안만을 집중 단속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소장은 “경찰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사소한 단속은 무인단속장비에 맡기고 교통경찰은 심각한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중앙선 침범이나 음주운전, 과속,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앞지르기 금지 위반 등 7대 항목만을 집중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최근 교통경찰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통분야에서 일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가 41%, 1∼3년 미만인 경우가 46%에 달했다. 87%가 교통분야에서 일한 지 3년도 채 안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자 전기통신기술의 발달에 걸맞는 교통행정서비스를 펼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고 민간인력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찰청은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갖춘 교통사고 조사요원에 대해 ‘교통사고 조사 자격증’을 주는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전체 조사요원의 약 43%에 해당하는 1025명이 이 자격증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전문인력 양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다음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교통연구소를 모델로 ‘교통사고조사 전문화교육과정’을 신설키로 했다. 이곳에서는 교통경찰을 대상으로 8주 동안 도로공학 교통공학 자동차공학 법의학 등 40개 과목을 가르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노스웨스턴대학의 교통연구소나 텍사스 A&M대학 등에서 전문 교통경찰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다.

일본과 독일에서도 자체 경찰학교에서 교통경찰관을 대상으로 교통사고 조사와 교통시스템 관리방안 등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다.

성균관대 김광식교수는 “교통경찰의 전문화를 위해서는 교육훈련 수료를 승진 등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교육을 받은 경찰관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관련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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