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여는 2000 프로야구에서 10년 세월을 무명선수로 묻혀있다 뒤늦게 빛을 발하는 선수들이 있다.
삼성의 김인철(29)이 그 대표주자.
포철공고 유격수출신인 그는 90년 삼성에 입단하며 시속 150㎞대를 던지는 싱싱한 어깨 덕택에 투수로 전업했다.그러나 강산이 변하는 10년동안 15승22패5세이브가 기록의 전부.그나마 98년부터 2년동안 단 한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기회는 있었다.지난해 8월 2군에서 타자가 부족해 우연히 타석에 들어섰다가 4타수 4안타에 도루까지 성공시켜 당시 서정환감독의 눈에 띈 것.
프로11년차가 돼서야 고교이후 다시 타자로 돌아섰지만 그의 길은 역시 방망이였다.
김기태 정경배 등 쟁쟁한 외야수들이 부상을 당하자 그는 3일 현대전부터 타자로 출장했다.첫날 대타로 좌중간 3루타.7일엔 3점 홈런을 때려내며 처음으로 팬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15일 현재 11게임에 출장해 타율 0.257에 홈런 1개를 기록하며 빠른 발로 도루도 3개나 만들어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던지 스트레스성 탈모에 시달려 아예 머리를 빡빡 밀어버렸다. "지난겨울 눈보라 속에서 타격연습했던 기억을 되새길때마다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그는 말한다.올시즌 활약의 근거가 피나는 연습에 있었다는 얘기다.
올해로 입단 10년째를 맞이하는 임주택(32·한화)도 만년 대타의 설움을 잊고 연일 불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11일 석가탄신일은 임주택의 '한풀이날'이었다.SK와의 연속경기에서 홈런 3발에 8타수 4안타 7타점.
지난달 16일 목근육통으로 고생하던 송지만 대신 자리를 잡은 임주택은 현재 31경기에 출장해 홈런 4발에 60타수 16안타로 타율 0.267를 기록하고 있다.올시즌 활약의 비결은 역시 비시즌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다른때보다 많이 한 것.
김인철과 임주택. 이들은 '연습생신화'를 만들어냈던 장종훈(한화)에 이어 올시즌 '2군선수들의 희망'으로 솟아오르고 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