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을 치르면서 여야 정당이나 후보들이 한결같이 공약한 것이 국회의 바른 운영이었다. 그 중에 국회법의 철저한 준수도 포함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 공약의 메아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여야는 또 국회운영의 기본인 원구성조차 법에 정한대로 못할 수도 있다는 자세다. 새 천년 첫 국회의 첫 단추를 꿰는 것부터 이 모양이니 16대 국회 역시 과거 국회를 그대로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국회법에 ‘총선 후 첫 임시회를 의원의 임기개시 후 7일에 집회토록’ 못박은 것은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구성을 그 날짜에 맞춰 여야가 합의하라는 것이다. 설령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국회 문은 꼭 열어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과거 여야가 의장 상임위장 배분문제로 다투느라 몇달씩 개원을 미룬 전례를 반성하며 국회 스스로 만든 조항이다.
지금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의장을 제1당에서 내느냐, 여당에서 내느냐와 정당별 상임위장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로 다투고 있다. 과거 국회와 똑같이 국회운영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는 힘겨루기일 뿐 국민생활과는 별 관계가 없는 사안이다. 다만 정당의 이해와 직결돼있기 때문에 현총무들이 후임자에게 결정과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후임총무들 역시 선출되자마자 자기 뜻대로 이 문제를 결정해 협상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결국 해결의 열쇠는 정당지도부가 쥐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여야 지도부는 단안을 내려 국회의장의 자유경선을 수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궁여지책이지만 상임위장 배분 협상은 잠시 미루더라도 일단 본회의 개회체제라도 갖추어놓는 것이 법을 어기며 개원협상을 벌이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원구성을 놓고 티격태격 싸움만 하는 모습으로는 모처럼 여야총재가 합의한 상생의 정치도 한낱 쇼였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국회가 열리면 남북정상회담, 금융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문제, 민생현안 등 시급히 논의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새 국회는 제날짜에 개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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