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장애는 늘 외면당하고 백안시되는 차별의 대상이기 쉽다. 주어진 불편, 다리를 절고 귀가 어두운 것, 이보다 더 고통을 주는 것은 정상인들의 마음이다. 베토벤도 말한 적이 있다. “귀머거리라고 말하기 싫어 2년여를 사교계에 나가지 않았다. 괴로운 일이니까. 음악하는 사람으로 이것은 참 불리한 것이다. 나의 적이 이 사실을 안다면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닐까 두려워서….” 장애의 고통보다 정상인의 괴롭힘을 더 무서워한 것이다.
▷헬렌 켈러는 두 살 때 병으로 눈과 귀가 멀었다. 그 후 5년 동안 암흑과 공허의 세계를 살았다. 일곱 살 때인 어느날 앤 설리번 교사를 만나 손가락의 감촉으로 사물을 익히고 글을 쓰는 훈련을 받게 된다. 그녀는 마침내 유명한 여자 대학 래드클리프를 우등으로 마쳤다. 그리고 설리번처럼 장애아를 가르치고 꿈을 주는 데 일생을 바쳤다. ‘정상인’ 설리번의 정성과 지혜가 담긴 보살핌이 없었다면 장애아 헬렌 켈러의 인생은 어떻게 흘렀을까.
▷장애인 고용촉진기금 20억여원을 가로챈 업주 등이 검찰에 적발되었다. 장애인을 취업시킨 것처럼 서류만 꾸며 돈을 타내기도 하고,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한다며 융자금을 받아 내기도 했다. 장애인에게 월급은 10여만원을 주면서 당국으로부터 받은 장애인 고용장려금(한달 38만∼51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보살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앗아가 버리는 야박한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성한 사람’의 도리를 생각하게 된다. 장애라는 악우와 더불어 사는 아픔을 서로 나누는 방법을 찾자고.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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