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갑식/'0'이 더 붙은 한국영화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2분


‘비가 내리는’ 화면의 키스와 뽀뽀, 그리고 입맞춤….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키스 장면을 모은 라스트신을 지켜보면서 행복해하던 페페(?)의 미소를 기억하는가.

프랑스남부 인구 8만명의 작은 도시 칸. 올 칸영화제에 온 한국 영화인들의 모습은 비교적 밝다. 이같은 느낌은 낯설고 물 다른 이국에 오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는 방랑자의 ‘사시(斜視)’ 때문만은 아니다. 비밀은 한국영화에 대한 외국바이어들의 집중적인 질문에 있다.

많은 ‘질문’ 가운데 프랑스 배급사인 바테의 피에르 르시앵이 기자에게 던진 질문이 한국영화의 위상변화 조짐을 잘 표현했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어떤 게 좋아요?”

지난해까지 한국의 영화업자들이 낯익은 바이어에게 주로 받은 질문은 “(전체 영화 중에서) 어떤 영화가 좋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전체 영화 중에서’가 ‘한국 영화 중에서’로 바뀐 것이다.

사흘간 한국영화를 6편 봤다는 일본 가가커뮤니케이션의 구매담당 호시노 유카와 ‘우수종목 추천’을 부탁하는 홍콩의 영화수입업자 조지프 라이도 같은 맥락이었다. 경쟁 부문 첫 진출작인 ‘춘향뎐’과 일본에서 100만명 이상을 끈 ‘쉬리’ 덕분이다. 두 영화는 변변한 영화 한편 못 만들면서 ‘보따리 돈’으로 영화값을 올린다는 비아냥을 ‘괜찮은 영화’도 만드는 나라로 인식을 바꿔놓았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일부 국내 수입업자들의 ‘과당경쟁’이 불을 뿜고 있긴 했지만.

지난해 국내 흥행작의 수출가격이 대부분 1만달러 미만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여기에 ‘0’이 하나 늘었다. 실제로 ‘섬’ ‘반칙왕’은 10만달러 안팎에서 계약이 성사단계에 있다. 이같은 무드를 타고 한국영화인 50여명은 16일 영화제 주상영관인 뤼미에르대극장 앞에서 “할리우드영화에 대항해 스크린쿼터 지키기를 위한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김갑식<문화부>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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