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유전자변형 '분자농업'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2분


버지니아에서 담배를 재배하고 있는 조 윌리엄스는 지난 3년 동안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담배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여야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전에 실험적으로 심은 새 품종의 담배가 그의 농장을 계속 유지시켜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 담배는 유전자 조작에 의해 담배가 아니라 의약품을 생산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약품을 함유하고 있는 식물은 농가에 고소득을 올려주는 새로운 작물이 될 수 있다. 토바이오(ToBio) 사의 크리스토퍼 쿠크 사장은 “담배를 의학적으로 이용해서 생명을 구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담배 농장들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바이오 사는 윌리엄스 같은 농부들이 크롭 테크(Crop Tech) 사와 함께 의약품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최근에 설립한 회사이다.

▼간염백신등 인체 임상실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의약품을 만들어내도록 변형된 식물의 생산은 농업에 있어서 생명공학의 새로운 흐름을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조작을 통한 식량의 생산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면서, 분자 농업 또는 바이오 제약업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새로운 흐름의 안전성과 이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식물에 함유된 의약품이 일반 사람들의 식량 속에 섞여 들어가는 것이다. 식물이나 씨앗이 가공과정에서 잘못 분류되거나, 의약품을 함유하고 있는 식물의 꽃가루가 근처의 보통 식물에 수분되는 경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곤충들이 의약품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을 먹거나, 약품이 뿌리를 통해 토양으로 스며들 가능성도 있다.

보스턴의 컨설팅 회사인 보우디치 그룹(Bowditch Group)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식물재배를 통해 약품을 생산하는 실험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약 20개이다. 이들 의약품 중 B형 간염의 백신과 충치를 막기 위한 항체 등 일부 약품들은 벌써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단계에 들어가 있다. 이밖에도 윌리엄스의 농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수십 종의 실험들은 헤모글로빈에서부터 굳은 피를 녹이는 약인 유로키나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약품들이 옥수수, 담배, 쌀 등을 이용해서 재배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업들은 또한 이와 관련해서 식물을 이용해 산업용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생산비용 대폭 절감 장점▼

분자 농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분자 농업이 약품 생산비용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유전자가 조작된 포유류의 세포를 이용해서 약품을 생산하는 방법은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때로는 환자 1명이 1년 동안 약값으로 지출해야하는 돈이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분자 농업의 또 다른 장점은 굳이 식물에서 약품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유전적으로 조작된 음식을 먹기만 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들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분자 농업으로 생산된 작물들이 시장에 한 발짝 더 다가섬에 따라, 정부 당국은 이들 작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당국은 이미 몇 가지 안전장치가 가동되고 있다고 말한다. 즉, 환경에 해를 끼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식물의 실험이 반드시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약품을 함유한 식물이 보통 식물과 짝을 짓는 경우를 막기 위해 약품을 함유한 식물과 보통 식물 사이의 거리가 보통 종자 회사들이 씨앗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확보하는 거리보다 두 배가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미국 농무부에서 생명공학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마이클 슈트만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작물들이 상업화된 다음에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약품을 함유하고 있는 식물의 재배는 영원히 규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정성-환경영향 극복 과제▼

그러나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유전학 교수인 노먼 엘스트랜드는 꽃가루의 이동에 대해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다른 식물과의 거리를 늘리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분자 농업을 실험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응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랍 테크 사는 자신들이 실험하고 있는 담배가 성적으로 성숙하기 전에 수확을 함으로써 다른 식물과의 잡종이 탄생하는 것을 예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량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는 약품을 함유한 식물의 경우 야외의 밭이 아니라 온실에서만 재배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이밖에 수확 후의 가공과정에서 약품을 함유한 식물이 다른 작물과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식물에 유전자를 이식해서 색깔을 바꾸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51400sci-gm-crop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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