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상훈―이세돌 비금도 형제 '바둑판 호령'

  • 입력 2000년 5월 17일 20시 03분


‘형님먼저 아우먼저.’

형제 기사인 이상훈(25) 이세돌(17) 3단. 전남 목포에서도 뱃길로 1시간반 이상 걸리는 신안군 비금도에서 상경한 두 기사의 올해 기세(棋勢)가 눈부시다.

동생인 이세돌 3단은 올시즌 무패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15일 제11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예선에서 윤영선 2단을 이긴데 이어, 16일에는 44기 국수전 예선 2차 2회전에서 강호 유창혁 9단 마저 꺾어 연승 숫자를 32로 만들었다. 현재 최다 연승기록은 이창호 9단의 41연승이며, 김인(40연승) 9단이 뒤를 잇고 있다.

동생의 활약에 눌려 다소 빛을 잃었지만 형 이상훈 3단도 올해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고 있다. 그는 비록 신인 기사들만 출전하는 제한기전이지만 제10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에서 생애 첫 우승 타이틀을 획득했다. 15일 경기 용인의 명지대 캠퍼스에 열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결승 3번기 2국에서 한종진 3단을 꺾어 90년 입단이후 10년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이루었다.

한국기원 안팎에서는 기재(棋材)에 비해 성적이 부진했던 형제기사의 바둑이 98년 지병으로 아버지(이수오씨)가 타계한 뒤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이상훈 3단의 바둑에서는 전에 없던 독기(毒氣)가, ‘덜컥 수’가 많았던 이세돌 3단은 신중함이 두드러진다. 승부에 대한 집착력도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평이다.

‘의좋은 형제’처럼 나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 기사가 최초로 타이틀을 걸린 ‘형제 대결’을 성사시킬지도 관심거리. 두 기사는 각각 5명씩 A조와 B조로 나뉘어 진행중인 제4기 신예프로 10걸전 본선에서 나란히 2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수영 7단-김수장 9단이 형제 기사로 활약하고 있지만 타이틀이 걸린 형제기사의 대결은 없었다. 이상훈 이세돌 3단의 경우 그동안 본선 활약이 다소 부진했던 데다 ‘골육상잔(骨肉相殘)’을 피하려는 한국 기원의 배려로 대국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들어맞을지, 아니면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고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 형제 대결이 바둑계의 새로운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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