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범죄심리와 죄의식을 연극적 형식을 빌어 비틀고 뒤집고 분석한 새로운 형식의 이 작품은 지난해 서울연극제에서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정동환-서주희의 열정적 연기, 원일과 타악그룹 ‘공명’의 생음악, 이영란의 물체극 등 한층 다양한 연출방법으로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아름답고도 몽환적인 사실주의 작품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이 연극에서 밀가루 반죽과 진흙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레이디 맥베스의 심리를 표현했던 이영란은 이번에는 보기 드물게 ‘얼음’을 소재로 끌어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랑스 유학 후 국내에 물체극을 처음 소개한 이영란은 신라호텔 연희 아트팀에서 두 달간 얼음조각을 배운 뒤 이번 무대에 섰다.
“얼음은 생명과 순수의 이미지인 물이 엉겨붙은 것이지만, 이 연극에서는 ‘욕망 덩어리’를 상징합니다. 투명한 크리스탈 얼음이 던컨 왕으로 조각된 뒤 산산조각 부서지고 녹아내리면서, 순수한 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무대에서 보여줌으로써 레이디 멕베스의 심리상태를 표현할 작정입니다.”
이전 무대에서 진흙덩이가 던컨왕으로 살아나고 밀가루 반죽이 뱀으로 돌변해 몸을 휘감는 장면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얼음을 조각하고 부숴내는 과정의 빛과 소리로 레이디 맥베스의 내면을 더욱 깊이 파고 든다.
이영란의 물체들은 이처럼 무대에서 생생하게 살아나고 죽어나간다. 밀가루, 진흙, 얼음 등이 서로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통해 무대에서 전혀 다른 철학적 개념을 획득하는 것. 그는 이를 ‘속임수 없는 마술(magic)’이라고 표현한다. 20일부터 6월1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화수목 8시 금 4시 8시, 토 4시 7시, 일 4시. 1만∼1만5000원. 02-780-6400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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