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한두 명의 에이스만 믿고 한 시즌을 버틸 수는 없는 일. 팀이 잘 되려면 에이스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그 뒤를 받쳐주는 투수들의 지원도 있어야 한다.
16일 나란히 승리를 거둔 현대 박장희, LG 장문석, 두산 박보현은 바로 에이스의 뒤를 받쳐주는 투수들. 드림리그 1,2위 현대와 매직리그 1위 LG 등 요즘 잘나가는 팀들은 모두 지난해까지 'B급'으로 분류됐던 이들 선발 요원의 맹활약에 큰 힘을 얻고 있다.
현대 2년차 사이드암 투수 박장희는 올시즌 5승 무패의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계약금 3억원을 받고 현대에 입단해 기대를 모았지만 6승7패의 그저 그런 결과에 그쳤던 데 비하면 대단한 도약이다. 평균 자책 4.15로 다소 들쭉 날쭉한 경기를 펼치고 있지만 타자들의 도움으로 아직 패전 기록이 없어 '운'까지 좋은 편이다.
두산 박보현은 시즌 중 팀을 바꾸면서 운이 트인 경우. 롯데 시절 7경기에서 4패, 평균 자책 6.67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후 2연승, 평균 자책도 1.50으로 수준급 투수로 거듭났다. "두산은 타선이 강한 팀이어서 마음 편하게 던지다 보니 결과가 좋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
LG 장문석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3승4패. 97년 입단해 98년 어깨 부상으로 아예 한 해를 건너 뛰었다. 부상에서 회복해 본격적으로 나선 올 시즌, 처음에는 마무리로 투입됐으나 3패를 당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난달 말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그러나 5월 이후 3경기에서 3연승, 평균 자책 0.79로 '선발 체질'임을 과시했다. 이런 추세라면 두 자리 승수에도 도전장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