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종합운동장 경기때 골문 뒤편 전광판 표기가 지난 정규리그 개막 경기부터 바뀌었다. 이런 사소한 변화는 작년말 일화의 연고지 이전 결정이후 5개월이나 걸렸다. 작은 결실를 이룬 힘이 바로 ‘천마불사(天馬不死)’.
▼1.5평짜리 컨테이너서 밤새워 창단 준비 모임▼
연초(1월5일) 탄생한 천마불사는 국내 서포터스 효시격인 수원 ‘그랑블루’와 부천 ‘헤르메스’에 비해 막내다. 하지만 홍보를 잘해서인지 지역 축구열기 때문인지 회원수가 8천여명에 육박한다. 이런 기아급수적인 회원 증가는 지난 1월말 일화축구단 성남지역 유치 서명운동에 7일만에 2만여명이 참여했을 만큼 지역 시민들과 ‘단합’이 잘 됐다는 반증.
현재 천마불사 집행부 임원은 거의 연고지 이전결정과 함께 한 초창기 멤버들. 당시 천안일화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고지 이전에 따른 서포터스를 성남에도 만들자”고 제안하는 글이 게시판에 떴다.
윤기수회장(34·여행사 운영)등 9명이 첫 모임을 가진게 겨울 초입. 여기에는 수원 ‘그랑블루’문일두씨(총무), 부산 박상현씨(리딩)도 ‘서포터觀’과 ‘색깔’을 뒤로 접고 아름다운 축구문화 정착을 위해 자리했다. 또 성남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하나가 되었다.
이들은 나름대로 홍보 전략을 세우고, 서포팅계획을 몇 밤을 새워 짰다. 천마불사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일부 종교단체 반대…성남시장, 개막전 시축▼
천마불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쉽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성남지역 개신교측은 ‘일화가 통일교구단’이라며 연고지 이전을 반대했고, 성남시측의 불분명한 태도로 이전작업을 더디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김규식씨(31·박강조 팬클럽회장)는 “프로축구단이 종교적 이유로 쫓겨나는 꼴은 CNN 톱뉴스감”이라며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가 서포터스가 더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정규리그 개막전.
운동장 앞에서 일부 종교인들이 성남 반대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돌리며 본부석 중앙에 ‘성남’이라는 연고지를 뺀 채 ‘일화 천마 프로축구단’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줬으나,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던 김병량 성남시장이 축사와 시축으로 축구단 입성을 환영해 연고지 입성이 대세를 이뤘다.
이인우 성남시 축구협회장도 “프로축구단 입성은 환영할 일”이라며 “앞으로 성남일화는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로 지역축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내달 6일 정기총회 “제2의 도약 각오”▼
이제 천마불사는 내달 6일 창단후 첫 정기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제2의 도약을 한다는 각오. 현재 천마불사는 홈페이지(soccer.sungnam.co.kr)에 회칙을 상정, 회원들의 의견을 들으며 게시판을 이용해 임원 추천도 받는다.
홍보를 담당한 이현정씨는 “서포팅을 잘 몰라 다른 서포터에 비해 화려하진 않다. 또 경기가 끝나면 모두 목이 쉬어 말도 못할 지경"이라며 웃는다. 하지만 성남 경기가 이기든 지든 ‘장외서포팅’은 ‘천마불사’만이 느낄 수 있는 보람이라고 귀띔한다.
서포팅 규약에 ‘경기후 서포팅席 청소는 도맡아 한다’ ‘경기중이나 경기후에 상대 서포터의 기분이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은 자제한다’고 명시, 다른 서포터와 ‘다른 색깔’을 가지려 애쓴다.
또한 천안일화 시절 서포터스 ‘일레븐플러스’와 함께 응원을 펼쳐 연고지 이전으로 생긴 ‘불협화음’도 줄여 나가고 있다.
‘천마불사’는 아직 사무실이 없다. 응원도구를 겨우 넣을 수 있는 1.5평짜리 컨테이너 박스가 전부다. 집행부는 그곳에 북과 깃발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당찬 서포팅은 우리의 몫이니까”
김진호/동아닷컴 기자 jinho@donga.com
◇‘천마불사’출범 주요 일지
*1989년 3월 일화축구단 창단(서울 연고지)
*1996년 천안으로 연고지 이전
*1999년 12·27 성남시 축구협회장과 연고지 이전 합의
*2000년 1월5일 성남일화 서포터스 '천마불사' 창단
*1월25일 일화 축구단 유치 서명작업 시작
*2월12일 프로축구연맹 이사회 연고지 승인
*3월3일 구단 공식홈페이지(www.songnamilhwafc.co.kr) 새단장
*5월2일 마스코트 ‘천마’신세대 감각으로 변경
*6월6일 오후2시 성남종합운동장 정기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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