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새한, 워크아웃 신청까지

  • 입력 2000년 5월 19일 15시 02분


중견그룹인 새한그룹이 주거래 은행인 한빛은행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면서 워크아웃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새한은 지난 90년대 중반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 대대적인 투자를 전개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 인한 판매난과 그로 인한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 새한그룹 어떤 회사 =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고 이창희씨가 창업자. 현 이영자 회장과 이재관 부회장은 새한 창업주의 부인과 장남이다.

고 이창희 창업주는 73년 삼성을 떠나면서 새한미디어를 세웠으며 이후 삼성이 보유한 제일합섬 지분을 넘겨받아 95년 삼성그룹에서 완전 떨어져 나왔다.

계열사 12개를 거느린 재계순위 20위 중반의 중견그룹으로 제일합섬의 후신인 (주)새한을 모기업으로 새한미디어가 주요 계열사.

▲ 부실원인 = 새한은 삼성에서 분리해 그룹을 형성한 직후부터 당시의 경기 호황에 따라 바로 대대적인 사업확장에 나섰다.

(주)새한은 90년대 중반부터 수년간 구미공장에 1조원을 투자했지만 섬유사업의 침체로 그룹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새한미디어도 비디오 사업의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아래 대규모 필름투자에 나섰으나 미미한 영업실적으로 그룹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사업의 영업실적이 미미한 상황에서 기존 사업에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해 결국 부실이 쌓여간 셈"이라고 말했다.

▲새한그룹 자금사정 = 지난해말 (주)새한의 자산은 2조1000억원이며 부채는 1조5000억원. 부채중 금융기관 차입이 1조2000억원으로 단기부채는 47% 수준이다.

(주)새한은 지난해 주력제품인 폴리에스테르의 공급과잉 등으로 380억원의 영업손실이 나고 구조조정비용 등이 추가되면서 5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새한미디어도 영업부진으로 38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새한미디어와 새한은 올해도 적자가 이어져 1.4분기에 합해서 214억원의 적자를 봤다.

금융 관계자는 19일 "(주)새한 1조8250억원과 새한미디어 5650억원 등 새한그룹의 부채는 모두 2조3900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최근 부채가 급속도로 불어났음을 알 수 있다.

▲ 워크아웃 신청까지 = 새한은 금융시장에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확산되자 일부 종금사가 자금 회수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구조조정 단행을 결정했다.

이어 16일 최정덕 사장이 공식 발표를 통해 계열사 12개를 3개로 축소하고 마포사옥과 경산공장부지 등 계열사 지분 및 자산매각 등을 통해 5000억원의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최 사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워크아웃에 들어갈 이유나 고려한 적이 없다"며 워크아웃 신청설을 강력 부인했다.

새한이 삼성그룹의 지원을 기대하면서 워크아웃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편으로는 위기 극복의 의지를 위해 사재출연 및 경영권 이양 등의 방안이 제기됐으나 모두 실현되지 않아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일정 = 주채권은행은 한빛은행은 이달내 채권금융기관회의를 열고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금융기관회의에서 워크아웃이 수용될 경우 약 3개월 걸쳐 실사를 벌인 뒤 여신의 출자전환 등 워크아웃 계획이 마련된다.

이 경우 대규모 인원감축이나 계열사 매각 및 합병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기성<동아닷컴기자>basic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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