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국정과제는 눈앞에 다가온 남북정상회담 말고도 실질적 상생의 정치 구현,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경제문제 해결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래서 단순히 출신지역 혹은 정파적 안배(按配)에 급급한 인사가 돼서는 안된다.
특히 새 총리 지명을 DJP공조복원의 계기로 이용하는 등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중차대한 시점의 인재 기용 실패는 그만큼 심각한 국가적 낭비와 소모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총리의 기능과 역할에 비추어 단순한 ‘행정총리’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국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구조에 비추어 정치적 고려야 없을 수 없겠지만, 이미지와 ‘얼굴’만을 중시한 총리 지명은 과거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박태준씨의 총리직 퇴진을 계기로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를 새삼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박씨는 비록 과거 공기업인 포철 회장으로 있을 때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판결문이 인용한 것처럼 대가성 뇌물을 받고 돈세탁을 하고, 그런 자금으로 놀라운 규모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세간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명의신탁해서 임대 사업을 해왔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박총리가 사퇴했다고 해서 그의 재산 형성과정을 비롯한 갖가지 의혹과 궁금증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형식으로든지 납득할만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박씨의 비리가 드러난 지난 93년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의 수사가 ‘정치 보복적’인 것이 아니냐에 대해서는 여러 얘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검찰수사 결과가 기소로까지 이어졌지만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으로 유야무야됨으로써 비리의 실체가 사법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것이 뒤늦게 박총리 경질의 사유로 되살아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엄정하고 원칙에 충실한 법 집행이야말로 문제해결의 최선책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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