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성공한 벤처 엔젤투자 적극적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팰러앨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거라지닷컴은 벤처기업가와 엔젤 투자가들을 인터넷을 통해 연결시켜 준다는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로 실리콘밸리에서 꽤 영향력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창업 6개월만에 4600건의 사업계획서가 인터넷으로 접수됐고 25개 기업이 평균 220만달러의 엔젤 투자를 받았다.

거라지닷컴의 장점으로 우수한 이사진을 들 수 있다. 잘 알려진 암벡스벤처그룹 이종문 회장도 이 회사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투자를 받은 신생기업들은 다음 단계에서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진다.

▼25만명 200억달러 투자▼

보통 벤처기업의 자금 원천으로 벤처캐피털(VC)을 생각한다. 하지만 창업 초기 불확실성이 큰 벤처기업이 VC로부터 투자를 받기란 쉽지 않다. VC 투자는 성장 가능성이 눈에 보이는 벤처기업에 대해 3∼5년내 투자 회수를 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1단계에서도 기업당 평균 500만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투자를 원하는 초기단계 벤처기업들은 엔젤 투자쪽으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엔젤은 원래 브로드웨이 연극의 부유한 후원자들을 지칭하는 말. 요즘에는 창업 초기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해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가를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97년 현재 미국엔 25만명 정도의 엔젤이 총 2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투자자수나 규모 면에서 오히려 VC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엔젤들은 개인적 네트워크나 엔젤클럽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투자대상을 찾는다. ‘밴드 오브 엔젤스 (Band of Angels)’가 대표적인 엔젤클럽. 이 클럽 회원들은 매달 정기모임을 갖고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3명의 벤처기업가로부터 사업계획을 듣는다. 발표기업 중 약 3분의 1이 엔젤 투자를 받는다.

▼'벤처캐피털'보다 선호▼

미국에서는 누구나 엔젤이 될 수 없다. 증권관련 법규에 따라 순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이거나 연간수입이 20만달러 이상 또는 부부 합산 연간수입이 30만달러 이상인 사람만이 엔젤투자를 할 수 있다. 위험성이 큰 창업초기에 이뤄지므로 투자손실을 무리없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엔젤들은 대개 사업가나 하이테크 기업의 임원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특정산업의 기술과 시장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기회를 미리 발견해 벤처기업 초기 단계에 투자한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엔젤을 영입하면 자금과 양질의 자문을 받을 수 있어 회사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곳 벤처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지분도 적게 요구하고 기업의 전략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엔젤 투자를 오히려 VC 투자보다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선배'가 '후배'이끌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많이 나오고 이들이 엔젤이 돼 후배 벤처기업가들을 이끌어준다면 벤처 발전의 선순환이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나 중견 벤처기업이 전략적 연계가 없는 다른 신생 벤처기업에 회사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벤처기업가들도 급하다고 아무데서나 자금을 받으려하지 말고 사업 성공을 도와 줄 수 있는 역량있는 투자가로부터 양질의 자금을 받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배종태(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현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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