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 사이에 M&A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해당 기업들의 ‘화학적 결합’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완전한 통합을 위해 세세한 근무 규정까지 통일시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아예 통합 작업을 포기하고 별도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기업까지 있는 등 ‘M&A 이후’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벤처기업으로서 직원의 직급이 따로 없었던 넷퀘스트는 합병 이후 홍익인터넷에 맞춰 직급을 새로 만들것인지를 놓고 논란 끝에 직급을 만드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직원 처우 문제에서도 입사 1년 미만의 직원에게 휴가를 주지 않았던 홍익인터넷과 입사 년차에 관계없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넷퀘스트가 서로 달랐다.
특히 회사에서 온라인 게임을 해도 되는지를 놓고 게임하는 것을 허용했던 넷퀘스트와 금지해왔던 홍익인터넷의 입장이 맞섰다. 이밖에 결과 보고 체계, 프로젝트 진행 방식이나 양사에서 겹치는 업무에 대한 처리 방법 등도 서로 달라 조율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지난 2월 M&A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유인커뮤니케이션은 서비스를 통합한 것을 빼고는 합병 이후에도 이전과 똑같이 양사를 별도의 독립 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 처우나 직급, 건물까지 다르고 경영 간섭도 최소한의 선에 그친다. ‘다음’의 이같은 선택은 복잡한 통합 과정을 거치기 보다는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혼란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것.
지난달말 온라인 게임업체인 ‘한게임’을 흡수 합병한 인터넷검색전문업체 네이버는 양사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통합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사무실은 다르지만 회의를 할 때는 서로의 사무실을 오가면서 얼굴을 익히고 있고 매주 금요일이면 직원 단합 차원에서 양사의 직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신세기통신을 합병한 SK텔레콤 관계자는 “합병 이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양사의 기업 문화를 통합하는 작업”이라며 “급격한 통합 작업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여유를 갖고 점진적으로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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