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베이비]고열로 응급실갔더니 대야서 물장구

  • 입력 2000년 5월 21일 20시 37분


새벽 0시반. 35개월된 딸 윤재의 겨드랑이에서 체온계를 뽑아든 배정은씨(29·경기 군포시 산본동)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섭씨 39도. 재빨리 윤재를 포대기에 둘둘 말고 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

병원에선 “아이 옷을 벗기고 엄마가 열을 식혀주라”며 찬물을 담은 큰 대야와 수건을 배씨에게 들려줬다.

응급실 한쪽에서 불덩이 같은 윤재의 몸을 찬 수건으로 식히며 배씨는 내내 자신을 질책했다. 유난히 활발해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손에 닿는 것이면 뭐든 만져보고 풀어보고 부셔대는 윤재. 마침 감기에 걸려있던 배씨는 아프다는 핑계로 아이를 소홀히 한 것 같았다.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깨가 뻐근해 올 무렵, 드디어 윤재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때가 새벽 3시. 정신을 차린 윤재는 언제 아팠냐는 듯, 그 자리에서 본색을 드러내는데….

“윤재가 벌떡 일어나 대야 앞에 쭈그리고 물장구를 치는데, 다른 환자들이 ‘모녀 둘이 앉아서 뭐하나’하는 시선으로 쳐다 보더라구요.”

그래도 윤재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기에 응급실에서 물장구치기가 즐거웠다는 배씨.

▽“아프면 안 돼!” △이윤재(李倫宰)〓“인륜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되거라.” △좋아하는 음식〓쌀밥에 꼬리곰탕. 간식은 사절. △특기〓물 컵 두 개를 한 손에 한 개씩 쥐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물 옮겨 담기.

<나성엽기자>intern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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