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선 “아이 옷을 벗기고 엄마가 열을 식혀주라”며 찬물을 담은 큰 대야와 수건을 배씨에게 들려줬다.
응급실 한쪽에서 불덩이 같은 윤재의 몸을 찬 수건으로 식히며 배씨는 내내 자신을 질책했다. 유난히 활발해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손에 닿는 것이면 뭐든 만져보고 풀어보고 부셔대는 윤재. 마침 감기에 걸려있던 배씨는 아프다는 핑계로 아이를 소홀히 한 것 같았다.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깨가 뻐근해 올 무렵, 드디어 윤재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때가 새벽 3시. 정신을 차린 윤재는 언제 아팠냐는 듯, 그 자리에서 본색을 드러내는데….
“윤재가 벌떡 일어나 대야 앞에 쭈그리고 물장구를 치는데, 다른 환자들이 ‘모녀 둘이 앉아서 뭐하나’하는 시선으로 쳐다 보더라구요.”
그래도 윤재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기에 응급실에서 물장구치기가 즐거웠다는 배씨.
▽“아프면 안 돼!” △이윤재(李倫宰)〓“인륜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되거라.” △좋아하는 음식〓쌀밥에 꼬리곰탕. 간식은 사절. △특기〓물 컵 두 개를 한 손에 한 개씩 쥐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물 옮겨 담기.
<나성엽기자>intern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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