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웅/벤처기업의 출발은 나눔의 문화

  • 입력 2000년 5월 21일 20시 37분


벤처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뤄가고 있다. 젊은 벤처기업들이 지금까지의 대기업 위주의 한국 경제에서 한 축을 이뤄나가는 부분은 단지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의 세습경영과 선단식 경영의 재벌체제에서 벗어나 이제는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방식을 추구하는 벤처기업들이 경제를 이끌어나간다는 사실은 경제적으로 얻는 이득도 크지만 사회문화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전통기업들이 엄청난 매출과 순익을 내면서도 그것을 나누는 데에 얼마나 인색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벤처기업들에게 어떤 기대를 걸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의 세습과 독점이 가져왔던 폐해를 생각해봐도 나눔의 문화에 익숙한 벤처기업들에 기대를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벤처기업은 출발부터 나눔의 문화다. 기업을 공개해서 투명한 경영을 하고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대부분 벤처기업의 목표이고,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제도 역시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즉 회사의 성장에 따른 이익을 직원과 주주, 그리고 일반투자자들과 나누겠다는 것이 벤처기업의 출발이다.

또 벤처기업은 미래가치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모으고 그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통해 성장을 이뤄내는 기업이다.

즉 애정을 갖고 미래가치를 부여한 투자자들 및 사회와 함께 그 성장의 과실을 나누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기업이다. 부의 독점을 꿈꾸거나 투명한 경영을 하지 못했던 벤처기업들은 이미 시장에서 잊혀져가고 있지 않은가.

물론 지금의 벤처기업들에게 아주 짧은 기간동안 큰 수익성을 요구하면서 또다른 한편으로 나눔문화까지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직까지 벤처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는 벤처기업들에 거는 기대가 너무 큰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수익성과 나눔의 이중적인 잣대는 빠른 시간 내에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벤처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기에서 아직은 벤처기업들이 투자받은 자금을 성장에 집중투자해 성공적인 벤처기업을 일궈내야 하겠지만, 그 작업이 끝난 뒤에는 많은 벤처기업들이 사람들과 ‘나누는 문화’에 동참할 것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벤처기업인들은 자신의 기업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짐을 다시 한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벤처기업들에 애정을 가지고 이러한 기업들이 빨리 성장해서 그 성장의 결실을 사회와 나눌 수 있도록 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눔의 문화가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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