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점심시간 개장 첫날 한숨만 "푹푹"

  • 입력 2000년 5월 22일 23시 15분


“이러다간 증시가 붕괴되는 게 아닌가….”

22일 주식시장은 무조건 팔고 보자는 투매물량이 쏟아지면서 거래소시장의 경우 700선이 붕괴됐으며 코스닥시장은 120선대로 추락하면서 작년 5월 이후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주저앉았다.


◇관련기사

[증시 객장스케치]대부분 자포자기…비난-항의도 잊어

[주가 왜 하락하나]투자자 실망투매 봇물

주가 700선도 무너졌다…연중최저치 경신

[정부 금융안정대책]뮤추얼 펀드 만기연장 검토


선물시장에선 6월물 선물가격이 폭락, 장중 프로그램 매매호가를 중단시키는 ‘사이드 카(Side Car)’가 발동되는 등 현 선물시장이 동반추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쏟아지는 상황이 연일 계속되자 ‘더이상 증권시장에서 기대할 게 없다. 대세상승 추세는 이미 꺾였다. 한푼이라도 건지자’는 등 실망과 무력감이 투자자들을 휘어잡았다.

▽전업종의 동반약세〓전 업종이 약세를 면치못한 가운데 대부분 업종의 하락률이 5%를 웃돌아 이날 투매분위기를 실감나게 했다. 대형주 4.69%,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7.87%, 6.69%가량 떨어졌다. 그동안 약세장속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중소형주의 하락폭은 더욱 컸다.

증권업종의 경우 점심시간 개장에 따른 수수료 수입증가 전망에 힘입어 장초반에는 강세를 보였으나 후장들어선 급락분위기속에 곧바로 동반 하락세로 반전.

특히 이날 처음으로 실시된 점심시간 개장은 투자심리가 워낙 위축된 탓에 ‘살 기회’로 활용되기보다는 ‘팔 기회’로 작용, 주가폭락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소는 이날 점심시간중 거래규모는 거래량이 1962만여주, 거래대금은 1667억여원으로 이날 장개시 이후 시간당 평균 거래규모의 68%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이드 카 발동〓90선에서 지지받던 지수선물가격이 급락하면서 올들어 17번째로 사이드 카가 발동됐다. 사이드 카란 선물기준가가 전날 종가보다 4% 이상 변동해 1분이상 지속되는 경우 주식시장의 프로그램 매매호가가 5분간 효력이 정지되는 조치를 말한다. 매매재개는 발동 5분후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선물시장 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그나마 버티던 대형주들이 이날 외국인들의 매도우위 전환으로 급락세를 보이자 선물가격도 힘없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선물저평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600억원어치 이상 쏟아지는 등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지수를 끌어내리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 것.

전문가들은 향후 장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6월물 선물 매도공세가 당분간 그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폭락의 전형을 보여준 코스닥시장〓이날 코스닥시장의 하락률(9.3%)은 사상 두 번째로 높았으며 지난 10일 이후 7일 동안(거래일 기준) 31.1% 하락, 최단기간 하락률로는 가장 높았다. 연초에 비해서는 무려 54%(143포인트)나 폭락한 셈.

거래가 형성된 496개 종목중 428개가 하락했으며 이중 275개 종목, 64.2%가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하는 전형적인 폭락장이 펼쳐졌다. 투매가 속출한 가운데 ‘사자’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량은 1억7270만주, 거래대금이 2조851억원에 그치는 등 매매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