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첨단기술株 폭락 '날개가 없다'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29분


코스닥 폭등세의 주역인 인터넷 정보통신 등 첨단기술주들이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채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향후 산업의 패러다임이 무선 인터넷 정보통신으로 옮겨간다는 점에는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지만 증시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수익성을 너무 낙관했다는 반성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주가 지난해부터 한번의 커다란 대세상승을 거쳐 조정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추세로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평가자체가 너무 과장됐다〓첨단기술주에 대한 평가에서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이익(EPS) 등 지금까지의 평가기준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인터넷산업에서는 과감한 초기투자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PER 보다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이 더 유용한 평가기준으로 인식됐다.

대우증권 민경세 연구원은 “미국에서도 주가가 PSR 대비 최고 200배까지 오른 기업이 많을정도로 고평가돼있었다”며 “기술주도 자체적인 현금창출능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경매업체인 옥션의 첫날 공모주청약경쟁률이 2.59대1로 저조했던 것은 첨단기술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시각이 냉정하게 바뀐 것을 암시하는 대목.

▽기술주의 폭락 원인〓그동안 전문가들은 첨단기업의 부채비율이 낮기 때문에 금리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수익을 예상할때 할인율(자본에 대한 기회비용)을 높게 정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현재가치를 낮게 만들었다. 또 금리인상의 기본목표가 성장률을 둔화시키는 경기연착륙에 있기 때문에 전통주 뿐만 아니라 기술주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어 미래성장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스닥기업들도 주가폭등을 계기로 공모주청약 및 유상증자를 통해 수백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 은행예금 등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금리위험은 크지 않은 것이 사실.

그러나 코스닥기업의 가치평가가 미국식 기준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미국 기술주의 폭락은 고스란히 국내 코스닥기업의 평가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상승반전 쉽지 않다〓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기술주들이 작년말부터 엄청난 상승모멘텀을 갖고 올랐기 때문에 하락폭도 훨씬 크다”며 “당분간은 또 한번의 상승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도 “미국의 한 자산운용사가 나스닥기업의 적정가치는 현주가수준의 70%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향후 기술주의 주가하락은 필연적”이라고 전망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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