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매매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이제는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장기 투자를 노린 저가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개별 종목별로는 이미 바닥권
24일 증시에서는 반등 시도가 강력하게 나타났다. 은행, 증권등 금융주가 대부분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각 업종의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크게 일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SK텔레콤등 대형주가 하락세를 보여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81포인트 떨어진 674.95로 마감됐다. 이날은 거래도 활발히 이루어져 거래대금이 2조4천억원으로 오래간만에 2조원을 넘었다. 거래량도 2억8775만주에 달했다.
주가의 반등에 제동을 건 것은 투신권이다. 투신사들은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1500억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외국인들은 130억원규모를 순매도해 여전히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거래소 시장에서 대형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들은 이미 주가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 그나마 5대 대형주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아서 버티고 있지만 이들 종목을 제외하면 체감지수는 500포인트대까지 추락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스닥도 연일 소폭이지만 하락세가 계속돼 24일은 전날보다 2.87포인트 떨어진 115.46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은 이날 단말기 보조금 폐지에 따른 수혜주로 한통프리텔, 한솔엠닷컴등 대형주가 부상되면서 지수 하락폭을 줄였으나 여전히 수급 문제등으로 장세가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
◆환율과 대형 우량주 동향에 관심 가져야
개별 종목별로는 더 빠질게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 대형주들이 빠지면서 금융위기가 다시 현실화될 지 아니면 바닥권을 확인하면서 추세선이 상승세로 반전될 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외국인투자자들이다. 그런데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도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므로 환율 동향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24일은 일단 나흘째 급등하던 달러화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당 1140원에 근접했던 원화 환율은 차익 실현 달러 매물이 나오면서 다시 떨어졌다.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 좋지만 거시지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환율이 올라갈 경우(원화가치 절하)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증시에서 자금을 빼나갈 우려가 있다. 또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면 이는 원화 환율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는 삼성전자등 대형주의 보유물량 축소. 외국인들이 최근 삼성전자등 대형주에 대해 매도세를 보이고 있어 불안감을 주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관망세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므로 매도 추세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은 100포인트가 강력한 저지선
코스닥시장은 낙폭으로 보면 가격메리트를 느낄만도 한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은 아직도 반등보다는 추가 하락세가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몰려있다. 그만큼 장세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24일은 한통프리텔등 정보통신주의 주가가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폐지로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재료도 장기적으로 보면 정보통신주에 호재만은 아니라는 분석.
신영증권 노근창 코스닥팀장은 "보조금 축소는 일단 정보통신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대체수요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은 투신권등의 매수 여력 축소외에 6월말까지 2억주이상 나올 것으로 보이는 유·무상 증자물량과 의무예탁기간에서 풀려나는 3억주정도의 대주주 물량이 언제든 나올 수 있어 수급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거시경제의 불안이 코스닥의 주력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어 당장 반등세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
하지만 97년 상반기 코스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을 때 지수가 60∼70포인트 선이었음을 감안하면 시장 기반이 확충된 현 시점에서는 100포인트가 강력한 방어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코스닥지수 100포인트에서의 대기 매수세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코스닥도 이제는 바닥을 다지는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저가 매수도 시도해볼 만
은행, 증권주에 유입되는 매수세는 대부분 일반투자자로 더 이상 빠질데가 없다는 바닥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석은 중형 우량주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2∼3개월간 지리한 조정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실정이고 보면 낙폭이 큰 우량주에 대한 투자는 중기적 관점에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조재훈 과장은 투신사등 기관과 외국인들이 아직도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 분위기가 일어나 개인 선호주인 금융, 건설주등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으나 시장 전반적으로 아직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변여건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한 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거래소의 경우 대부분의 종목들이 너무 큰 폭으로 주가가 빠져 더 이상은 떨어질 데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거시지표 불안등의 악재도 시장에 이미 상당부분 반영됐으므로 실적이 우량하고 낙폭이 큰 종목에 대해 제조업중에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종목을 찾아나설만 하다고 말했다.
박승윤 <동아닷컴 기자> 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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