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황호/무역전문가 양성 미룰 때 아니다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세계무역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자주의와 지역주의가 병존하면서 이를 각각 축으로 해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고 지역경제통합체가 맹위를 떨치며 그 위력을 더해 가고 있다. 무역과 연계된 환경, 노동, 기술, 경쟁정책 등에 대한 통상의제가 협상 중에 있다. 국제무역과 국제투자와 관련된 협정들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사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운송수단의 발달과 정보통신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국가간 전자상거래가 보편화함으로써 국제상무에 관련된 국제규범도 크게 바뀌고 있고 사이버 무역 규모도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세계 무역환경은 우리들에게는 커다란 도전과 대응이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무한경쟁의 무역환경에 대처하고 진취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청년 무역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은 수출기업의 해외마케팅 기반을 확충해 무역흑자의 기조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무역인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주요 기관의 통계에 의하면 신규 무역인력 수요는 2만6000명인데 공급은 1만6000명에 지나지 않아 매년 1만여명의 공급부족 상태에 있다. 실제로 어느 기업은 지난해 무역인력 1300여명 중 400명이 이탈했다. 무역업계로의 취업기피와 이탈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무역전문인력의 부족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이버 무역거래의 확산으로 무역인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통한 인력양성은 당장 필요한 인력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하는 일이 대학과정에서 준비되도록 함과 동시에 실무적인 무역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단기적인 교육과 훈련이 실시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정부는 막상 청년 무역전문인력 양성계획을 세워놓고도 예산 배정과 집행 문제로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인력양성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역전문인력 양성은 교육과 훈련에 따라 단기간에도 그 성과를 얼마든지 거둘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대학 재학생, 중소기업체 및 벤처기업체 중소무역업체 근로자 그리고 해외교포 등을 대상으로 단기적인 무역실무교육을 함으로써 사이버 무역인력은 물론, 국제거래 규범에 적응하는 전문적인 무역인력 양성이 가능하다.

교육 대상자 선발에 엄격한 심사기준을 정하고 교육내용을 전문기관과 공동 개발해 사이버 무역사 자격제도 도입을 통한 자격취득자에 대해 취업 연계 방안을 병행 실시한다면 인력양성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 특히 대학 재학생을 최정예 청년무역전문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서 산학관 협동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인력양성을 보다 강화할 수도 있다.

기업에서는 해외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대학은 우수인력의 추천과 인턴학점제를 실시하고 외국대학과 연계해 지원토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필요한 무역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 재학생 중에서 필요한 인원을 선발해 단기간에 전문교육프로그램을 집중 이수시키고 이들을 해외에 파견해 전시회 참가 및 바이어 상담 등 현장실습과 인턴십 과정을 거치게 한다면 소기의 청년무역전문인력 양성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청년 무역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예산 배정과 집행을 미뤄서는 안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리가 이러는 사이에 벌써 선진국에서는 우리와 경쟁할 무역전문인력을 대거 배출해내고 있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한다. 주무부처의 시의적절한 예산 배정과 집행이 아쉽다.

신황호(인하대 경제통상학부 교수·한국무역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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